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6)
400여 년 내시(內侍) 가문이며 거부(巨富)였던 운림고택(雲林古宅)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문화연구회 회원. 청도문인협회 회장


청도군 금천면 임당리(林塘里), 국가민속문화재 제245호인 운림고택을 찾았다.
이 고택은 조선중기부터 400여 년간 내시 가문이 살았으며 이 집이 여기에 자리 잡은 것은 당시 유명한 지관이 명당을 찾아 두루 답사한 결과 이곳을 최고의 길지(吉地)로 꼽았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이 집은 긴 세월 동안 큰 부잣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내시가(內侍家)는 근본적으로 혈손을 둘 수 없었기에 입양으로 대를 이었는데 그 동안 다른 성씨가 부자와 조손의 연을 맺어 가계를 이어갔다. 이때 16대까지는 생가의 성과 이름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그런데 16대에는 2명이 입양되었고 17대와 18대에 오면서 성씨도 김씨로 통일한 것 같다.
현재 건물은 구한말 내시로 상선(尙膳)의 품계를 받은 15대 운림(雲林) 김병익(金秉翼, 1842〜1925)이 건립했다고 전한다. 이 집에서 나온 가계 문서에는 2대부터 16대까지 이름과 실제 관직, 부인의 본관, 산소의 위치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 집은 큰 사랑채, 중 사랑채, 안채, 큰 고방채, 작은 고방채, 사당, 대문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채는 대궐 쪽 방향인 북향으로 놓여 있다. 큰 사랑채에서는 대문부터 안채로 들어가는 동선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중 사랑채 좌측 문을 통해서만 안채로 드나들 수 있다. 안마당에는 곡식을 나르는 등 특수한 때를 제외하고는 남자가 출입하는 것은 금했다고 한다. 이러한 가옥 구조는 보통의 사대부 가옥보다 더욱 엄격하게 안채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구조이다. 청도 운림고택은 서울, 경기 지역 외에 남아있는 유일한 내시 가옥으로 조선 시대 가옥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일설에는 이 집 만석지기 재산은 2대 이세륜(李世倫)이 서울에서 낙향하여 내려올 때 임금님께 받은 시업인 새들 논 30마지기가 그 시작이었다고 하는데 대가 내려가면서 계속 재산이 불어나 마침내 청도 지역은 물론이고 밀양, 대구, 경주 등 100여 리 밖에까지 광범위하게 논밭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집은 재산만큼 인심도 넉넉하여 배고픈 걸인이나 과객이 오면 내치지 않고 대접을 잘 했다. 한 번은 어느 과객이 돌연사하자 후하게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는데 그 땅이 명당이었다고 한다. 또 동리 앞 하천이 휘어져 비만 오면 홍수 피해가 막심했는데 막대한 사재(私財)를 출연(出捐), 냇물을 직선으로 흐르게 하여 이를 해결하는 등 동리의 숙원사업에 적극 나섰고 그리고 나라가 일제의 압박에 시달릴 때 거금의 독립운동 자금을 흔쾌히 내어놓은 애국심 또한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러나 이 집의 재산도 이승만 정부가 주도한, '토지개혁'이 전격 시행되면서 만석지기 시대도 끝이 나고 말았다.
‘문’이란 시제로 몇 줄 적었다.
문은 언제나 무겁게 닫혀 있었다
그 무서운 헛기침의 기압이 담장을 누르던
햇살 없는 북향의 안방을 밀고나오던 문은
또 다른 문에 덜미가 잡혀 주저앉았다
문들은 모두가 자기편이 아니라는 비애를 안고
늘 서로를 두려워하며 제 몸을 줄여 어둠과 마주했다
문은 서로를 모른 체 했고 열려는 힘보다는 닫으려는 힘의 편에 섰다
깊은 성곽
문풍지가 무심한 달빛 따라 울어 주어도
안방 문은 하얀 창호지만 어루만질 뿐 문풍지처럼 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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