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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지역 서원 재실 탐방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3)박시묵(朴時黙)선생이 지은 운강고택의 별당인 만화정(萬和亭)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3)

박시묵(朴時黙)선생이 지은 운강고택의 별당인 만화정(萬和亭)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문화연구회 회원. 청도문인협회 회장

       

만화정

                                       

2021년 3월 24일(청도신문)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동창천(東倉川)을 바라보며 서남향으로 자리 잡은 만화정(萬和亭)을 찾았다.

  이 정자는 이곳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운강고택의 별당으로 운강고택을 열었던 성경당(誠敬堂) 박정주(朴廷周)의 아들인 운강(雲岡) 박시묵(朴時黙, 1814∼1879, 증 통정대부, 좌승지) 선생이 1856년(철종 7) 건립하여 강론하던 곳으로 중요민속문화재 106호(1979년 지정)이다.

  만화정의 명칭은 이곳 들녘의 이름이 만화평(萬花平)인데, 박시묵 선생은 정자가 만화평을 굽어보는 점을 감안하여 ‘화(花)’를 ‘화(和)’자로 바꾸어 만화정(萬和亭)이라 이름 지었다. 중용(中庸)에 ‘중(中)은 천하의 큰 근본이고, 화(和)는 천하에 통용되는 도(道)’라고 했는데 이 뜻을 원용하여 중화(中和)의 정신에 근본을 두고자 했던 것이다.

  만화정의 정문(正門)인 ‘유도문(由道門)’ 역시 ‘도(道)를 근본(根本)으로 한다.’는 뜻인데 박시묵의 아들 박재형(朴在馨)이 지은 ‘유도문 중수기(由道門 重修記)’에 설명되어 있다.

  일각 대문인 ‘유도문’을 들어서면 높은 축대 위에 ‘ㄱ’자형의 정자가 배치되어 있다. 정자는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의 ‘ㄱ’자형 건물이다. 평면은 대청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온돌방 2칸을, 좌측에는 온돌방 1칸을 연접시켰는데, 좌측 온돌방의 전면으로는 헌함이 있는 누마루 2칸을 달아내어 전체적으로 ㄱ자형의 평면을 이루게 하였다. 마루는 정자의 방과 앞뒤로 통하는 통로이다. 처마를 받치는 활주가 보통 4개인데 누마루를 지탱하기 위해 하나를 더 둬 모두 5개의 활주를 두었다.

  건물 정면에 정자의 이름인 「만화정(萬和亭)」 현판이 걸려 있다. 또 만화정의 들보에는 25점의 편액들이 걸려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꽃이나 새, 나무들의 그림을 넣어서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주옹만영(主翁謾詠)’ 편액은 박시묵이 지은 시(詩)를 새긴 것이다. 또 ‘만화정 중수 소지(萬和亭 重修 小識)’는 박시묵의 증손자인 박순병(朴淳炳이 1905년 만화정을 중수한 후에 그 경과를 1923년 9월에 기록한 것이다.

  만화정에 걸려 있는 현판들 가운데에는 당대의 석학들로 이름난 만귀(晩歸) 이주현(李周賢),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계당(溪堂) 류주목(柳疇睦), 성재(性齋) 허전(許傳) 등의 기문(記文)이며 청도 군수들의 시판(詩板)도 있다.

  만화정은 정자 주변의 바위와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그대로 살려 지은 자연친화적 정자로 시원한 그늘이 일품인 떡버드나무 숲이 운치를 더한다. 정자 뒤편에 세심정(洗心亭)이 있었으나 건물은 없어지고 주변 바위에 여러 글귀들만 남아 있다.

특히 만화정은 6.25전쟁 때 피란민 수십만 명이 동창천에 몰려 왔을 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청도를 방문했다가 하룻밤 묵어 간 곳이기도 하다.

 

출입문의 이름인 ‘유도문(由道門)’을 시제로 하여 글을 올렸다.

 

도가 무엇인가, 길이라는 것이다

만화정의 길은 유도문이다

문을 들어서다 말고 멈추어 서서 ‘도를 근본으로 삼는다’ 뜻을 생각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괜히 서두를 수도 없고 머뭇거릴 수도 없는

우쭐 할 수도 또 기가 죽어서도 안 되는 길

저 만큼 지나온 길이 그 길이 아니었다면

이제 지나갈 길은 그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화정 전경

 

동창천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