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4)
임란에 창의하여 공을 세운 박경윤(朴慶胤) 선생을 배향하는 입암재(立巖齋)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문화연구회 회원. 청도문인협회 회장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동창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입암재를 찾았다. 이 재실의 배향인물은 밀성인(密城人) 국헌(菊軒) 박경윤(朴慶胤, 1555-1626, 창의당시 37세) 선생이다. 공은 소요당 박하담(朴河淡)의 손자이며 아버지는 장사랑 박이(朴頤)이다.
공은 임진란 당시 부친상을 당하여 상주의 몸으로 여막을 지키던 중이었지만 왜적의 침범을 막아내기 위해 형제, 아들과 함께 창의하여 적을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전쟁이 맹렬히 전개 되던 중에 훈련원 주부에 제수되었다. 공은 전쟁이 끝난 뒤 선무원종 2등공신(宣武原從 2等功臣)에 녹훈되었다.
공은 이처럼 무예로 벼슬에 올랐지만 문필 또한 높아 벼슬에서 물러난 뒤에는 입암에 살면서 모당(慕堂) 손처눌(孫處訥), 동리(東籬) 김윤안(金允安) 등 여러 문사(文士)들과 학문을 논하고 시를 주고받으며 교유했다. 또 공은 맏형인 제우당 박경전(朴慶傳)과 함께 전쟁 중 불타버린 예부운략(禮部韻略)의 판본을 영동본에 따라 복각하는 업적을 남겼다. 이 판본은 어성산 중턱에 있는 백련암(白蓮庵)에 수장(收藏)했다가 선암서원에 이관했는데 보물 917호이다.
1816년(순조 16) 유림들의 청을 받아들여 공에게 자헌대부 병조판서 겸 지의금부 훈련원사자로 증직한다는 교지가 내려왔으며 용강서원의 충렬사에서 춘추 제향하고 있다.
공의 형제 세분이 창의를 했는데 맏형인 제우당(悌友堂) 박경전(朴慶傳,1553〜1623, 의병대장, 창의 당시 40세)이 운문산 일대를 지킬 때 국헌공은 아익장(亞翼將)으로 길부산 일대를 방어하는 등 형제가 긴밀하게 협력하였다. 한편 공의 동생인 박경선(朴慶宣, 1561〜1592, 창의당시 32세)은 1585년 무과에 급제하여 천성(天城) 만호(萬戶)에 올랐는데 적이 쳐들어오자 어성산에서 적의 침공을 막았다. 이 때 화살이 떨어지자 적의 칼날에 맞서 맨몸으로 막았는데 적이 오른손을 자르니 왼손으로 적을 껴안고 봉황애(鳳凰崖, 입암재 건너편 바위) 가파른 절벽에서 동창천으로 몸을 던져 순절하였다. 승정원 좌승지(左承旨)에 증직되었다.
또 국헌공의 두 아들도 역시 공을 세웠다. 장남 행와(杏窩) 박린(朴璘, 1574〜1650, 창의당시 19세)은 무쇠를 녹여 창을 만들었고 원근 고을에 격문을 보내어 충의의 마음을 격동시켰다. 선무원종공신 2등공신(宣武原從 2等功臣)에 녹훈되고 훈련원첨정(訓練院僉正), 가선대부(嘉善大夫)에 올랐고 둘째 아들 박구(朴球, 1577〜1665, 당시 16세)는 약관의 나이임에도 자청하여 참여, 적을 물리쳤다. 선무원종 3등공신(宣武原從3等功臣)에 녹훈되고 훈련원판관(訓練院判官)에 제수되었다. 그야말로 공의 집안은 3형제, 3부자 공신이 된 것이다. 입암재는 1901년에 창건했다. 그런데 이 입암재 터는 일찍이 소요당이 거처했으며 마지막운명(殞命)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입암재에서’ 시제로 글을 올렸다
헌함에 앉아 말없이 흘러가는 동창천을 바라본다
냇물이 흘러도 흐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산의 빛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지우지 못할 것이 있다
어찌 저 무도한 왜적의 침략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
형님아 동생아, 아들아
나라를 잃느니 차라리 우리를 버리자
나라 위해 목숨 던지는 일, 어찌 두려워할 것인가
그 이름 14의사.


'청도지역 서원 재실 탐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6)400여 년 내시(內侍) 가문이며 거부(巨富)였던 운림고택(雲林古宅) (0) | 2022.10.06 |
|---|---|
|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5)나이, 관직, 덕행 - 삼달존(三達尊)을 갖추었던 박후종(朴厚種)선생의 강림서당(講林書堂) (0) | 2022.10.06 |
|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3)박시묵(朴時黙)선생이 지은 운강고택의 별당인 만화정(萬和亭) (0) | 2022.10.06 |
|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2)박정주(朴廷周) 선생이 열었던9동 80칸 규모의 운강고택(雲岡故宅) (1) | 2022.10.05 |
|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41)성와(城窩)박하청(朴河凊) 선생을 배향하는 월호재(月湖齋) (0) | 202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