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사랑
행전 박영환
나의 이름은 쑥부쟁이입니다
내가 이렇게 사랑에 빠질 줄 나도 몰랐습니다
우연히 임을 만나 사랑했지만
바람 같은 그대는 이미 가족이 있는 몸
이룰 수 없는 사랑인 줄 알고 있지만
구슬 쥔 손을 접기만 하면
그대는 오늘만 아는 사람이 되어
나의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그대 가슴에 기대어 울었지만
끝내 손을 펴고 말았습니다
떠나는 그대 발자국 소리
가슴을 두드리던 날
구름을 물고
휘어진 언덕길을 지나
임을 만났던 바위로 달려갔습니다
글썽이는 노을이 먼저 알고 하늘을 물들였습니다
잊으렵니다. 정말 잊으렵니다
몸을 날렸지만
질긴 인연 어쩔 수 없어
떨어진 자리에 구절초가 되었습니다
등을 타고 자란 그리움이 숲처럼 둘러서서
보랏빛 사연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안개가 쌓여도, 바람이 불어도, 서리가 내려도
나는 그대 향한 꽃으로 여기 머물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