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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가 좋다

삼성산(청도)

삼성산(청도)/ 2016년 6월 17일(금)/ 경북 청도군 이서면 / 행전  박영환

 

 

 

                                 청도 산서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삼성산 정상

 

  "꼭 한 번 가야 한다." 오래 전부터 숙제처럼 안고 있는 산이다. 눈만 뜨면 보이는 남산이 청도의 진산이라면 뒤에서 꼭 껴안아 주는 삼성산은 이서 사람들에게는 내룡이요 진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산이 아버지라면 삼성산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이서국 옛 터전에 자리를 잡고 삼성산 줄기 이은 주암 언덕에 ...."  초등학교 교가가 이를 말해준다. 이 교가를 부르며 자란 우리 남매들은 다른 산은 몰라도 남산과 삼성산만은 적어도 한 번만이라도 가봐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등  저마다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퇴직을 하고 난 뒤, 얼마 후 다행히 남산은 다녀왔다. 그런데 삼성산은 이상하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 자꾸 미루어지자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적을 때 갔다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감이 생기기도 했다.

  미룬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장남인 내가 디 데이를  정해놓고 고향집에 모이라고 하여  6월 18일 (금) 산행을 하게되었다.

  삼성산 정상에 올라가는데는 길이 여러 개 있다. 학산리 용강재 근처에서 출발하여 덕령고개를 경유하는 길이 있고 산 밑 마을인 문수에서 올라갈 수도 있다. 또 아예 덕령고개로 가서 능선을 타고 가는 길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야 4리(귀일) 쪽에서 가기로 했다. 

  이쪽은 우리 동리이기에 나름대로 길의 방향이 잡히고 또 돌아오는 길에 조부모님과 부모님 산소에도 들려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11시 경, 수야 4리 경도재 앞에 주차를 하고 길을 나섰다.  우륵재까지는 포장이 되어 있었다. 자나가는 초입은 우리 산이다.. 이 산에는 집안 윗대 산소가 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잘 다녀오겠다고 고했다. 길가에 산딸기가 많이 익어 있었다. 따 먹는 사람이 없으니 이미 반은 떨어진 상태였다. 주인이 너무 무심한 것 같아 미안했다.  몇 알 따서 입안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혀를 자극한다.  

 

 

 

  산 기슭에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었다. 흡사 안개꽃 같다. 구절초 같기도 하고 들국화 같기도 하다. 참으로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은 꽃이다. 요즈음 전국 곳곳 어디서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너무 흔해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름도 개망초이다. 개망초는 망국초, 왜 풀, 개망풀이라고도 한다. 공교롭게도 한일 합방이 되던 1910년 경에 들어온 귀화식물이기에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시기를 잘못 선택한 억울한 꽃이다. 북쪽에서는 순 우리말로 돌잔꽃이라고도 한다는데 상당히 정감이 간다. 어떻게 보면 안개꽃이나 구절초, 들국화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는 꽃이다. 흔하다고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꽃말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주는 꽃, 바람을 손짓하는 순백의 미소가 일품인 꽃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피어서 뽐내려 하지 않고 군락을 이루어 큰 코러스를 만드는 화합의 꽃이 아닌가. 우리 남매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내 것을 죽여 서로 양보하며 우애있게 지내고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 오래오래 이렇게 잘 지내자.

 

 

  더운 날씨였다. 폰을 통해, 폭염 경고음이 연신 울린다. 일사병 위험이 있으니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이왕 나선 길이니 중지할 수는 없다. 다행히 임도를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그늘이 많았다. 그 덕분에  산 타는 것을 조금 두려워하는 제수씨도 몸이 약한 아내도, 마침 등산화 밑창이 갈라져 끈으로 동여맨 여동생도 무난히 잘 걸었다.

  집안 아저씨가 운영하다 돌아가신 뒤, 따님이 운영하는 농원도 지나고 스님 한 분이 수도를 하고 있는 조그마한 암자도 지났다.

   암자 이후 길은 우리 남매들 중에 올라가본 사람이 없다. 옛날에 마을 어른들은 수없이 넘어갔던 길이다. 나무를 하거나 풀을 베기 위해서는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때는 포장은 엄두 못낼, 꼬불꼬불 험한 길, 그야말로 구절양장이었을 것이다.

 수야 기점에서 2.0킬로미터 올라온 것이다. 기점이 어디였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기점을 본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12시 15분 ,그럭저럭 여기까지 1시간 1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10분 정도 더 걸어서 12 시 26분 팔각 정자에 도착했다. 이곳은 청도와 달성군의 경계지점이다. 행정구역상은 달성군 우록리에 속하기에 달성군에서 정자를 세웠다. 옆에 모과나무도 한 그루도 기념 식수 되어 있었다.

  이 고개가 우록재인데 밤티재라고도 한다. 옛날에 이런 정자가 있었으면 나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요긴하게 잘 쉬었을까.

  우리 집안 고모들 중에도 우록 김씨 집안에 시집을 간 사람이 많다. 등너머 마을이기에 혼사가 많이 이루어진 것이다. 시집을 갈 때 신부의 가마가 지나갔고 신랑이 걸어서 넘던 길이다. 그리고 나중에 처가에 가고 친정에 올 때도 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길. 그 때 이 정자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고인이 된 고모부나 고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준비한 김밥을 정자에서 나누어 먹었다.  

 

 

 

 

  동생과 내가 바꾸 사진을 찍었기에 아래 위 사진에는 촬영한 사람의 사진이 없이 다섯 명만 있다.

 

 

 

 

 

 

점심을 먹고 13시 20분경 여자들은 정자에서 기다리고 남자들만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좀 밋밋한 길이었는데 바위 하나가 나타나 반가웠다.

 

 

 

  정상과 높이가 비슷비슷한 고개를 넘으니 반가운 이정표가 나왔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1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표석이 두 개나 서 있었다.  하나는 청도 산악회가 2002년도에 세운 것이고 조금 큰 것은 2010년도 삼성 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이것은 청도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그런데 왜 삼성산이라 했을까?

별로 밝혀진 것이 없다. 이웃 경산의 삼성은 원효, 설총, 일연대사가 태어났다고 그렇게 붙였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세 성인이.... 딱히 생각나는 고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그 연원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유추를 해보면 사람보다는 봉우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삼성산은 육안으로 보면 어느 것이 최고봉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다. 그래서 혹시 그 모양이 세 성인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인 것은 아닌지. 그냥 그렇게 상상해본다.

  삼성산과 관련하여 이런 일화는 있다. 삼성산 꼭대기에 명당터가 하나 있는데 그 자리에 묘를 쓰게 되면 그 직계손은 발복을 하지만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도 가뭄이 매우 심할 때가 있었는데, 누가 꼭대기에 묘를 몰래 쓴 것이 분명하다면서 파헤치러 간다고 했다. 표가 파헤쳐졌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비가 온 것 같다.    

 

 

  같이 등반을 한 동생이다.

 

 

나도 인증샷을 했다. 비록 668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기분은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것처럼 기뻤다.

 

 

  전망대 위에 올라서니 산 아래 시야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남산과 이서들(일명 하건지 들), 수야, 금촌, 문수 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등, 이서면 화양읍, 각남면이 눈에 들어온다. 초등학교가 있는 면소재지도 보인다.

 

 

고향마을의 저수지와 마을이 보인다. 산위에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하건지 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문수마을이다.

 

 

정상에서 밤티재로 가는 숲길을 지나 정자에 도착하니 2시 50분이었다. 25분 정도 걸렸다.

 

 

3시경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조부모님과 부모님 산소에 들러 절을 올리며 은덕에 감사드리고 늘 가르쳐주신대로 우애있게 지내겠다고 다짐했다.

 

 

수아저수지 - 산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일면이 있다.

 

 

 

 

고향집 마당에서 저녁밥이 준비되는 동안 술 한 잔을 나누었다. 즐겁고 뜻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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