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행진곡
행전 박영환
일반적으로 우리는 ‘쌍둥이’란 말을 듣게 되면 약간의 호기심을 가진다. 우선 얼굴이 얼마나 닮았을까? 또 행동은 어떤가? 하는 것 등이 관심의 대상이다.
너무나 얼굴이 닮은 두 자매나 형제의 모습을 보노라면 공연히 마음이 흐뭇하고 생명의 신비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 그들은 다른 형제들보다는 훨씬 더 호흡이 맞고 조화미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1+1은 2가 되지만, 이들은 3도 되고 4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ㄴ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2학년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형, 강종호는 4반에 있었고 동생 강종구는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5반에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쌍둥이 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우선 그들은 얼굴도 별로 닮지 않았고 성격도 판이했다. 이른바 이난생 쌍생아이었다. 그러니 본인들이 밝히기 전에는 아무도 쌍둥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이었다. 그러나 아무튼 그들은 30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임에는 틀림없었다. 이들이 태어났을 때, 집안은 큰 경사였다. 자손이 귀한 집이었다. 아버지는 5대 독자인데, 결혼 후 3년이 되도록 아내에게 태기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한꺼번에 쌍둥이 형제를 얻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아이들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공부도 그런 대로 잘하여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상하게 빗나가기 시작했다. 무단 결석, 가출, 만화방, 오락실, 당구장, 술집, 흡연, 폭행……. 학생의 신분으로서 금기시 하는 행동만 골라했다.
역시 온갖 이유를 대며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던 어느 날, 어머니가 새카맣게 탄 가슴으로 눅눅하고 칙칙한 장마 비를 맞으며 학교에 왔다.
“아무리 달래도 학교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나란히 드러누워 꼼짝도 않고 있습니다.”
“애를 먹여도 쌍둥이라 제네들 끼리는 짝꿍이 맞군요.”
그 말에 어머니는 쓴 웃음을 지으며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얼른 보면 그런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전혀 아닙니다. 두 녀석은 쌍둥이라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지극히 우애가 없습니다. 여느 쌍둥이처럼 아기자기한 친근감은커녕 서로를 불편하게 생각하며, 사소한 일에도 걸핏하면 티격태격 눈을 부라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정하게 나란히 누워있죠?”
“그러게 말입니다. 그게 참 신기한 일입니다. 두 놈은 어미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놈들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인지요?”
“놈들은 저네끼리는 별로 친하지 않으면서도 어미에게 대들 때는 그렇게 죽이 척척 맞으니 그게 어미를 죽이려는 짓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참 딱한 일이군요. 아버지 말은 듣습니까?”
아버지 말이 나오자 어머니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 아버지는 천하 무골호인(無骨好人)입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속을 썩여도 아직 철이 없어 그렇다고 하면서 아이들 역성만 듭니다. 나쁜 짓을 해도 그것보다 더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하니까요. 그러니 안달이 나는 쪽은 저뿐입니다.”
“무작정 우격다짐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아이들 편에만 서는 것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닐텐데..... 아버지가 그렇게 하시면 힘이 드시겠습니다.”
“정말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아이들 아버지를 무척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일변 잘되었다는 생각도 하지요.”
“잘 되다니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부모 두 사람 다 몰아붙이기만 하면 아이들도 전혀 설 땅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저야 이왕 원쑤(?)가 되어 있지만 아버지라도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버지를 피난처로 생각하는 속에 은연중, 이런 어진 아버지를 괴롭히는 행위를 했어야 되겠느냐 하는 마음이라도 생기면 더할 나위가 없고요. 그래서 원양어선이라도 타고 바다에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고 저가 철저히 모든 악역을 담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머니의 그런 심정을 모르겠죠?”
“알 리가 없죠. 어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렇게 애를 먹일 수 있겠습니까? 어미를 아주 원수로 알고 공동 작전으로 애를 먹이기로 결심을 한 놈들입니다.”
“딱한 일이군요. 그런데 공동 작전으로 애를 먹이다뇨?”
“말씀드리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종구가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고 꾸중을 들으면 종호라도 조심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한 술 더 떠서 종호는 그 다음날 더 많이 마시고 들어옵니다. 화가 나서 종호에게 집을 나가라고 호통을 치면 종구도 같이 따라 나가 버립니다. 같이 나가자고 누가 종용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또 희한한 일은 두 놈이 나가면 같이 돌아다니는 걸로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집을 나가는 즉시 각각 흩어집니다. 그저 어미한테만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는 것입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이군요.”
어머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최근 일주일이나 결석을 한 것도 그런 맥락의 동조 파업(?)이군요.”
“이럴 테면 그런 셈입니다.”
“이 번에는 어느 녀석이 일을 만들었나요?”
“지난 주 목요일입니다. 그 날은 마침 저의 생일날이었습니다.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설마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고 생각이 짧기로서니 오늘이야 좀 일찍 오겠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침에 용돈을 달라하더군요. 속으로 ‘선물 살 돈인가’ 하는 턱없는 희망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이놈들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저녁에는 오랜만에 고기를 좀 굽기도 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어두웠는데도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아이들 아버지는 회사에 야근이 있어 일찍 식사를 마치고 출근하시고 저 혼자 속을 태우고 있었죠. 밤 9시 가까이 되어서야 큰 놈 종호만 만화 한 권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선물은커녕 생일날인 줄도 전혀 모르더군요. 종호에게 우선 밥을 차려 주고 나는 종구가 들어오면 같이 먹을 생각을 했습니다. 종호는 어미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전혀 묻지도 않고, 제 놈이 가장 싫어하는 팥밥과 미역국을 준다고 투덜대기만 하더군요. 기가 막혔습니다. 종구를 기다리느라고 연신 벽시계를 쳐다봤습니다. 11시가 넘자 공연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마감 뉴스. 그날따라 교통사고는 왜 그렇게 많이 나던지요! 몰골이 처참한 차량의 바퀴 밑에서 실려 나오는 사람마다 괜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본드 흡입이니, 집단 칼부림이니 하는 난투극도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채널을 돌렸습니다. 다른 화면은 토크 쇼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는 공교롭게도 어떤 탤런트가 어머니를 회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생하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연신 눈물을 닦아내었고 마침내는 감정이 북받쳐 뒷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텔레비전을 꺼버렸습니다. 갑자기 정적을 몰고 온 검은 화면에 초췌하고 가련한 저의 얼굴이 반사되더군요. 그날따라 더더욱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때, 따르릉 전화 벨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화기를 들자, 종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야, 나 여기 친구랑 같이 있는데 조금 더 놀다갈게. 기다리지 말고 문 열어 놓고 자라구.’ 순간 피가 거꾸로 흐르더군요. ‘이 녀석, 거기가 어디야’ ‘전화를 걸지 않으면 안 건다고 꾸중을 하고, 전화를 하면 괜히 신경질이야.’ 찰칵. 전화 끊기는 소리는 망치로 머리를 치는 소리였습니다. 당구장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수화기에서 언뜻 그런 딱딱한 공 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대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예감은 맞았습니다. 당구장에 서 담배를 꼬나물고 히히덕거리는 녀석을 보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냐, 너 주고 나 죽자.' 녀석의 멱살을 힘껏 잡고 집으로 끌고 왔습니다.”
“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펼펄 뛰었겠군요”
“친구들 앞에서 망신시켰다고 난리를 치고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저렿게 드러누워 있습니다."
“학교에 오지 않으면 어떡하겠다는 것입니까?”
“자퇴를 하겠답니다.”
“자퇴라니……. 저런 고약한 녀석들.”
“그러게 말입니다. 두 놈이 어미를 완전히 말려 죽이려는가 봅니다.”
어머니의 큰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안타까웠다.
“2주일 전에는 종호가 일을 꾸몄죠?”
“그 때는, 종호 녀석이 슬며시 집을 나가니 종구가 따라나갔습니다.”
“그 때도 역시 따로 행동을 했겠군요.”
“물론입니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머리에 탈모증까지 있는 형 종호는 항상 입이 부어 있었다. 먹던 밥그릇을 빼앗긴 것처럼 매사에 불만이 많았다. 되새김질을 하듯이 항상 투덜대었다. 그래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린 일면은 있었다. 오래 가지는 않아도 일단은 쉽게 동의를 했다. 가출을 하는 등 신분에 어긋난 일을 하여 불려오면 순박할 정도로 모든 것을 잘 털어놓으며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곧잘 약속을 했다. 그가 쓴 서약서와 반성문만 해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전혀 느끼지 않고 그 상황만 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동생 종구는 마른 체구에 성격도 예리한 면도날 같았다. 그는 기름 묻은 솜뭉치처럼 항상 위험했다. 화를 잘 내고 의사 표시를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하며 대수롭잖은 일에도 자존심을 곧잘 걸었다. 형과 달리 자기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좀처럼 약속을 하지 않았다. 지난 번 가출을 했을 때만 해도 형은 시원하게 서약서를 써도 놈은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종구는 일단 약속을 하게 되면 그래도 종호보다는 제법 오래 갔다. 일종의 의협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번 흡연을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한 적이 있는데, 뒤에 다시 들켰다. 그 때 그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자퇴원을 들고 오기도 했다.
“요즈음은 삼청 교육대 같은 곳이 없나요?”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어머니가 불쑥 삼청 교육대란 말을 끄집어냈다.
삼청 교육대가 어떤 곳인가? 견디기 어려운 수형 생활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죽기까지 한 곳이 아닌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어머니가 오죽 답답하면 자식을 삼청교육대에 보낼 생각을 하겠는가?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제가 죽어 제 놈들이 정신을 차린다면 죽어 주고 싶습니다. 선생님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연신 눌렀다. 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으론 퇴학, 자퇴, 휴학, 전학, 설득 등의 방법이 있다. 사실 그들의 소행으로 보아서는 어쩌면 퇴학을 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 모른다.
“선생님, 저가 지금 이 아이들에게 무슨 큰 것을 바라겠습니까?. 공부는 안 해도 좋고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직 다른 아이들처럼 가방이나 챙겨 학교에 가서 고등학교 졸업이라도 해주면 더 소원이 없겠습니다. 선생님,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은 저의 힘으론 어쩔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장마 비와 함께 안개가 너무 짙게 깔려 바다의 푸른빛을 본지가 오래 되었다. 지척을 분간 할 수 없었다. 뱃고동 소리가 쉬지 않고 울어댔다.
그들의 집에 도착했을 때, 두 녀석은 나란히 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따귀라도 한 대 올리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일어났지만 억지로 참았다.
“얼마나 아프니?, 문병 왔다.”
녀석들은 뻔뻔스럽도록 태연했다. 담임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터이지만 아예 깊은 잠에 빠진 듯 꿈쩍 않았다.
“빨리 일어나”
이불을 확 걷었다. 때아닌 불청객이 귀찮다는 듯이 모로 누웠다. 다시 깨우니 겨우 일어나면서 한다는 말.
“퇴학하면 될 것 아닙니까?”
이들은 입버릇처럼 ‘퇴학’이란 말을 입에 담았다. 고약한 놈들. 항상 그쯤에서 양보를 받으니 이젠 완전히 습관이 되었다.
정말 이런 아이들을 계속 안고 가는 것이 사랑이고 교육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간절하게 부탁하던 어머니를 생각할 때 팽개치고 돌아올 수 없었다.
“도대체 왜들 이러니? 어머니를 그렇게 괴롭힐 수 있니?”
“괴롭히는 것은 어머니입니다.”
잘못을 어머니에게 돌렸다.
“그래, 너희들의 말대로 어머니가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니?”
몇 번이나 되묻자 종호는 겨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들의 잘못도 있다고 했지만 종구는 눈만 깜빡거렸다.
“그렇다면 입장을 바꾸어 너희들이라면 당구장에 자식을 잡으러 가겠니? 안 가겠니?”
“저는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구는 엉뚱하게 딴 이야기를 했다.
“결혼을 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을 묻는 것이 아니잖니?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그때 아이가 너희들처럼 속을 썩일 때 말이다.”
“잡으러 가겠습니다.”
종호의 말이었다. 종호는 그래도 역시 쉽게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종구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종구는?”
“저는 그냥 두겠습니다.”
이 녀석이 이러했다. 이들과 상담을 하는 것은 고도의 인내를 요구하는 극기 훈련이었다.
“그래, 너는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마냥 방치하는 것이 옳니? 아니면 부모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옳니?”
“그야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옳겠죠. 그러나 정도의 차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핑계로 괜히 쓸데없는 간섭을 합니다.”
“괜한 간섭이라고 ?”
“…….”
“종호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종호는 몇 번 어물거리기는 했지만 어머니의 간섭을 사랑 쪽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종구는 계속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종구는 한 때 음악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준비한 적이 있는데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니?”
두 시간이 넘게 얘기를 나누었다. 마지막 일어설 때 종호는 잘못을 뉘우친다고 했으나 종구는 끝내 시원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을 하자. 곰곰히 반성을 하고 내일 학교에서 만나도록 하자."
종호는 학교에 나오겠다고 했으나 종구는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
이튿날 출근하여 교실을 먼저 들여다보았다. 종호는 약속대로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종구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교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나의 책상 앞에 종구가 꿇어앉아 있었다.
“아니 종구가 …….”
내가 놀라자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고맙구나.”
어깨를 두드리자 울먹이면서 말했다.
“선생님 저가 밉죠.”
“아니 밉다니, 얼마나 고마운데..."
아이는 편지 하나를 내어놓았다.
선생님
어제 선생님께서 가시고 난 뒤 다시 바깥에 나갔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전혀 반성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쏘다니다가 대문을 들어서는데 아버지의 큰 고함 소리가 갑자기 들렸습니다. “죽일 놈들.”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 그 인자하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더 참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일찍이 아버지께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때 아버지 앞에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금방 다리라도 분질러 놓을 것 같았습니다. 순간 아버지께서 저렇게 화를 내시면 어머니가 큰 박수를 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평소 아버지의 태도에 어머니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신마저 중심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이미 악역을 맡기로 작정을 하였으니 아이들이 더 기대할 것이 없겠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만은 비빌 언덕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입니다. 저 아이들, 우리가 얼마나 기다리다가 얻은 귀한 아이들입니까? 저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들이 사는 의미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약간 방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착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 날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좀더 참고 기다립시다.”
어머니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깊은 뜻을 모르고 원망만 했던 것이 너무 죄송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부모님이 우리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선생님 그 동안 죄송했습니다.
강종구 올림
“고맙구나. 그 깊은 뜻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제 정말로 부모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형제가 힘을 합쳐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암암! 그래야 하고 말고, 잘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그 이후 이들은 지나간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천부의 조화미를 살려 돕고 의지하며 쌍둥이 행진곡을 신나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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