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행전 박영환
멀리서 바라보는 그들은
그림 한 폭이다
하늘을 차고 오르는 큰 비상
맑은 물에 남실거리는 행복
노을 심은 갈밭에서 잠을 청하는 평화
사랑을 숙성시킨 합창이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이 모두
쉽게 접근 못할 비경
가까이서 보는 그들은
많은 식솔 거느린 피난 행렬
단벌옷에 지팡이 하나
남쪽으로 남쪽으로
눅눅한 습지에서 하루를 노려보는 그들
나는 것도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처절한 노동
부리가 화살처럼 원산폭격을 하지만
삶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고 늘 저쪽
얼마나 지쳤으면 졸고 있을까
꺼억꺽, 쉰 목소리가 밤을 꺾는다
다시 떠나야 할 시간
돌아보면
파도 앞에 무릎을 꿇는 발자국들
올 때처럼 갈 때도 단벌옷에 지팡이 하나
虛空
널브러진 바람 끝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