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그 섬은
행전 박영환
을숙도 그 섬은
남사당 미소년을 기다리는 순이처럼
다시 찾아온 새들을 맞아 행복하다
자리를 비우고 있던 외로운 때도
가슴 가득 북소리를 안고 귀향을 믿었고
그들도 약속을 잊지 않고 손을 흔들며 찾아왔다
섬은
여름 내내
하얀 허벅지에 핏물이 들도록 삼을 삼고
물레를 자아 베를 짠 갈대정원을 내어놓는다
누구는 또 떠나갈 철새이니
제 발목 잡아 상처받아 울기 전에
너무 깊이 마음 주지 말라고 하지만
애써 그들의 집은 여기이고
여행에서 돌아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부리로 쓰다듬고 나래로 감싸는 진심을 믿는다
새들이 펼치는
*풍물,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
축제 마당은 늘 감동적이다
비록 또 역마살이 도져 떠난다 해도
아니 떠날 수밖에 없을지 몰라도
혼을 빼앗는 저 찬란한 춤사위가 있는 한
원망하지 않고
머리를 곱게 땋아 입에 물고
그들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을숙도 그 섬은 지금
아무 것도 부럽지 않고 황홀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