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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기침소리(1)

      기침소리(1)

 

                                        박영환

 

 

 “누구든지 고향에 돌아갔을 때, 그걸 대하면 ‘아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구나’ 싶은 사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십 리 밖에서도 보이는 고향의 가장 높은 봉우리일 수도 있고, 협곡의 거친 암벽 또는 동구 밖 노송일 수도 있다.” 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고향에도 이십 리 밖에서 보이는 태양산도 있고, 암벽이라든지, 동구 밖에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도 있다. 물론 이것들이 고향의 체취를 전해 주는 것이기는 하다. 그런데 나는 그것만으로 ‘고향에 왔구나’ 하고 느끼지 못하고 이상스럽게도 항상 고향집에 배어 있는 어머니의 ‘기침소리’를 들은 뒤에야 ‘고향에 왔구나’ 하고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어린 시절 백일기침을 심하게 앓으셨는데 그 뒤끝으로 한평생 해소 기침에 시달리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그 기침소리가 당신께는 평생의 업보인양 고통을 앓던 것이었는데 나에게는 고향을 의식하게 하는 안도의 소리라니 내가 생각해도 황송한 일이지만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아무튼 나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는 기침소리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 기침소리를 들었고 태어나서도 자장가인 양 듣고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그 기침소리를 한없이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 그 기침 소리가 없으면 괜히 불안해지곤 했다. 어떻든 그 기침소리는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소리가 되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설 때는 물론이고 나이가 들어서도 그 기침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갑자기 낯선 집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고질적인 해소 천식 기침을 치료하기 위해 당신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걱정을 하며 수많은 병원이며 약방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연세가 드시면서 기침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심해지셨다. 목에는 가래가 끓었고 기침을 심하게 하실 때는 거의 몇 분씩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가슴을 틀어 안고 뒹구셨다. 그 때마다 당신을 위해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는 것 같아 답답하고 괴로울 뿐이었다. 병원의 의사도 도저히 시원한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저 임시 진정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한꺼번에 보름치씩 가마니(?)로 약을 타오셔서 끼니처럼 드셨다. 가능하면 약을 많이 드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려도 우선 약을 중단하면 이내 기침의 고통을 앓아야 하니 강요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기침이 완치는 되지 않아도 약을 드시면 다행히 좀 순해지고 부작용도 생각보다 적어 합병도 거의 없으셨다. 기침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셨다. 소화도 잘 되고 눈과 귀는 밝으셔서 노년까지 바늘귀에 실을 꿰기도 하고, 전화도 잘 받았다. 가끔 외국에 있는 손녀와 오래도록 통화를 하셨다. 동리 경로당에는 매일 나가고 이따금 멀리 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점차 연세가 드시면서 전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시고 자리에 누워 잠을 많이 주무셨다. 전 같으면 부산 우리집에 오시면 하루가 지루하다고 고향집에 가시려 하였지만 돌아가시기 그 얼마 동안은 그냥 부산에 계셨다. 지나고 보니 그게 약해지신 징표였던 것 같다. 그 때는 기침소리도 전보다 달랐다.

  나는 기침소리로 어머니의 건강상태를 짐작하기도 했다. 평상시와 같이 일정한 기침을 하시면 그래도 안도를 하지만 전과 다르게 기침이 심하거나, 기침에 힘이 없으면 가슴이 덜컥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침소리가 전보다 다르던 어머니는 홀연 저 세상으로 가시고 말았다. 나는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면서 “어머님, 이제는 제발 기침이 없는 세상에 사십시오.”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기침소리를 다시 더 들을 수 없게 된 지금, 그렇게 가슴을 태우며 괴로워하던 기침이었는데도 그 기침소리를 다시 듣고 싶은 것은 이 무슨 심사인가. 정적이 흐르는 고향집 마루에 걸터앉아있으면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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