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행전 박영환
삶은 실밥 다독거리는 작업이다.
몸이며 옷이며 실밥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마음에도 실밥이 있다.
풀리고 무너지는 것은 한 올에 시작하는 것
빈혈을 앓고 있는 실밥
고지방질에 허리가 굳어 있는 실밥
때가 묻고 탁한 공기에 숨이 찬 실밥
질주하는 세월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란다.
터지면 안 된다고 뇌이고 있지만
자꾸만 닳아 간다.
찬바람이 밖에서 문고리를 흔들고
중심을 잃은 감각들이 안에서 소란하니
나의 실밥은 외줄타기를 하는 남사당처럼
늘 불안하게 곡예를 한다.
오늘도 문을 나서며 실밥의 눈치부터 먼저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