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의림지義林池
행전 박영환
의림지가 말했다
마침 비오는 날 잘 왔다고
그러면서
여기에 오면 이것을 신는게 맞다며
짚신 한 켤레씩 내어놓았다
기원전 삼한시대에
이곳 사람들이 이 못을 팔 때 신었던 것이란다
목마른 들판에 젖을 물려
황금빛 벼이삭을 얻겠다는 염원의 현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전장이었다네
이곳 신털이봉이 그것을 말해주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랜 날 동원되었기에
그들이 못가에 나와서 짚신에 묻은 흙을 털었는데
그게 모여 산이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비가 오는 날은 신털이가 제격이다
우리는 정말 비오는 날 잘왔다며
달라붙은 진흙들을 신나게 털기 시작했다
잘 하면 신털이봉 하나가 더 생길 것 같다
*의림지: 충북 제천시 모산리에 있는 삼한시대의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