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정자 탐방(161)
죽바위의 여러 전설을 안고 있는 죽암정(竹巖亭)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前 청도문인협회장, 前 교장
지난 호의 ‘일송정’에 이어 이번 호에도 죽바위 전설을 안고 있는 각남면 녹명리 구만 마을 죽암정(竹巖亭)을 찾았다.
‘죽바위’란 이름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즉 왜 ‘죽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전설이 있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이서국이 멸망할 때 신라의 침공을 피해 이서국 군사들이 이곳에 숨어 죽을 먹으면서 견뎠다고 죽바위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군사가 구만명(九萬名)이나 되었기에 이곳 동네 이름도 구만동(九萬洞)이라 했다고 한다.
그 당시 군사가 구만명이란 것은 과장일 수 있다. 작은 소국에서 그런 군사가 있을 리 없다.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일설에는 죽바위 밑의 굴이 창녕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정말 그런 굴이 있었다면 구만 명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2) 이서국 군사들이 죽을 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또 다른 ‘죽’ 이야기도 있다. 죽을 넓은 그릇에 담아 둬야 마을이 편하다는 속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죽암(粥巖)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거기에다 바위가 팥죽 색깔이기도 하니 멀리서 보면 평평한 죽그릇도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3) 그런데 어떤 스님 한 분이 이곳을 지나다가 바위가 이렇게 잘 생겼으니 그 정기를 받아 장차 이 고장에 큰 장수가 태어날 것인데 장수가 어찌 죽을 먹고 힘을 쓰겠느냐고 하면서 대나무 몇 그루를 심어주며 장차 대나무처럼 기개 높은 장수가 나타나기를 기원하며 죽암(竹巖)이라 부르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온 대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4) 또 이 바위의 생김새가 멀리서 보면 남성의 심벌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 심벌을 비속적 한 음절로 하면 그렇게 되는데 바로 그렇게 말할 수 없으니 조금 순화하여 ‘죽’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위 맞은편 마을의 이름이 여성을 상징하는 ‘함박(咸博)’, ‘옥산(玉山)’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그 근처 ‘조개 약물탕’도 있다.
5) 그리고 임진왜란 때, 적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죽바위 산에 올라갔다. 이 산은 몸을 숨기기도 좋을뿐더러 여차하면 바위의 절벽을 이용하여 일전을 벌일 수도 있는 곳이기에 사람들은 진지를 만들고 죽을힘을 다해 싸우려고 대비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바위는 ‘죽을 힘을 다한 바위’란 뜻의 ‘죽바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침 왜적들은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한다. 그때 목숨을 건진 주민들이 죽바위 위에 집결하여 기쁨을 나누었으며 이곳 동리 이름도 많은 사람들을 구(救)한 마을이라고 구만동(救萬洞)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록에는‘救’가 아니고‘九’로 표기되어 있는 곳이 많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점도 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는 죽바위 산에 성곽이 있었는데 이름은 ‘두루미정’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만은 군대의 ‘군막(軍幕)’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아무튼 이 바위는 사람을 직접 살리거나 아니면 삶의 기쁨을 환호한 바위이기에 청도 사람들은 환경과 시대에 따라 생성된 여러 전설 속에 거룩한 명소로 생각하며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근래 청도군에서 ‘죽바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참에 이 전설들도 다시 고증하고 주변도 멋지게 조성하여 청도의 자랑스런 관광 명소로 가꾸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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