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고름
행전 박영환
젖이 떨어지면서
사랑방 할아버지 옆에 붙어 잤다
껌딱지도 그런 껌딱지가 없었다
언제나 내 편인 손자 바보 할아버지
넓고 따뜻한 품속에서 행복했다
밥을 먹을 때도 할아버지 상에 붙었다
쌀밥과 보리밥이 바꿜 때마다
엄마가 떼어내려 했고
내 제사를 지내줄 맏손자에게 미리 청을 넣는다시며
이따금 정말 할애비 제사 잘 지내 줄거지 하며
허허 웃으셨다
증조부 제삿날 할아버지 옷고름을
내 손목에 매었다
밤중에 일어나 제삿밥을 먹을 작정이었는데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고 손목은 풀려 있었다
씩씩거리며 할아버지 제사 지내지 않을거라고 하자
다음엔 꼭 깨워준다고 했지만
다음에도 체할까 두려운 마음에 역시 풀려 있었다
작년 윤달 손 없는 날
할아버지 산소 옆에 내 자리 하나 준비했다
할아버지 옷고름을 내 손목에 다시 매어놓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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