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물이 되어
행전 박영환
한 번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못한다
제대로 된 모양을 그려본 적이 없어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르고
아래로 아래로
온몸으로 울고 웃으며 흘러간다
벽을 만나서 무너질 때도 있지만
서로는 서로를 부르며
손을 잡고 합창을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삶
밀고 밀리는 삶
낭떠러지를 만나면
무릎을 세워
보란 듯이 더 힘차게 뛰어내린다
색깔이 없는 그들은
계절의 옷을 빌려입고
바람이 되고 꽃이 된다
가야할 그곳을 향해 잠을 잊고
어제의 그들이 한 것처럼
오늘의 그들도
웅크린 고요를 헤치고
멈출 수 없는 그 길을
걷듯이 뛰고 뛰듯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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