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국 이야기(6) - 감나무의 기도
박영환
저는 이서국의 청도반시 감나무입니다
요즈음 저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올해 탄저병에게 된통 당한 밭을 둘러보며
우리 주인은 이제 청도반시는 풍토에 맞지 않으니
베어내고 다른 나무로 바꾸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습니다
제가 봐도 올해는 너무 심했습니다
정성을 다해 키우던 아이들의 곱던 얼굴이
검은 반점으로 흉측하게 되었습니다
흑사병보다도 더 무서운 탄저병에 걸린 것입니다
반점은 돌이킬 수 없는 낙인입니다
탄저병이 휩쓸고 가면 한해 농사는 그것으로 끝입니다
약값도 못 찾겠다며 한숨을 쉬는 주인을 보며
저는 괜히 민망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도 땅에 우리 반시가 터를 잡고 살면서
씨가 없으니 노인들이 먹기 좋아 효자감이 되었고
청도 경제를 살려주어 더 한층 효자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선대들의 빛난 얼을 되살려 효자라는 칭찬도 많이 들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너무 덥고 비도 많이 내려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우리를 보며 주인이 화를 낼만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포기하기 싫습니다
저는 지금 두 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시 청도반시의 명성을 되찾게 해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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