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행전 박영환
내리치는 긴 채에
화들짝 놀라
팽이가 돌아가듯
세월도
그 어떤 큰 채찍에 의해
빠르게 돌고
우리도 그 세월 속에
운명처럼 길들어져
쫓기듯 돌고 돈다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세월
초하루인가 싶더니 그믐이 되고
봄인 줄 알았는데 겨울이 코 앞이다
팽이치기를 하던 아이가 어느새
지팡이 짚는 노인이 되었다
돌아보면
백년도 살지도 못하면서
천년 걱정을 했고
한 줌도 안되는 일에
심한 멀미를 하기도 했지
그래도 너무 후회하거나 탓하지도 말자
미운 만큼 정도 많이 든 세월이다
조용히 껴안고 입맞춤을 해보자. 고맙다 세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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