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국 이야기(5) 죽엽군
박영환
이서국 사람들의 하루는
멱살 잡힌 자국을 만져보면서 시작한다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용맹스런 이서국 군사들이었지만
댓잎을 귀에 꽂은
신라의 죽엽군竹葉軍에게 호되게 잡혔던 그 멱살이다
죽엽군은 흡사 악귀惡鬼처럼
거품을 물고 잔인하게 달려들었다
불의의 습격에
이서국 군사들은
하나 둘, 마침내 그 모두
미추왕릉의 댓돌에 걸려 넘어졌다
용한 무당할매라도 나타나
칼을 들이댔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그들이 더 큰 굿판을 벌이고 말았지
멱살이 세게 잡혀
한판 업어치기를 당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다
이서국 군사들의 멱살 잡힌 자국은 온통 피멍투성이다
그날 이후 이서국 사람들의 이마에는 열이 식지 않는다
쉬지 않고 울어대는 문풍지
달빛을 물어뜯는 삽살이의 앞 발이
제 그림자에 놀라 허공을 할퀴고 있다
*신라 제14대 유례왕(儒禮王) 때 청도에 근거를 둔 이서국(伊西國)이 신라를 공격했는데 용맹한 이서국 군사에 밀려 신라는 별로 저항을 못했다. 이때 갑자기 귀에 대나무 잎을 꽂은 군사들이 나타나 이서국 군사를 물리쳤다. 싸움이 끝난 뒤 보니 미추왕릉 앞에 댓잎이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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