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행전 박영환
늘 감당해야 할
숙제의 시간
손잡이 없는 문처럼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의 강을 찾아 나선다
좀처럼 햇살이 보이지 않고
구름 속에 별빛도 숨어버리고
바위에 부딪혀 얼굴을 잃어버릴 때
그에게로 가서
그의 언어를 주워담는다
냉동된 서러움이
폐그물 같은 공허로 살고
방황하는 엘레지가 눈치 없는 계절을 만들어
벗기 힘든 구두처럼 몸을 옥죄고 있을 때
우리는 그곳에 가야 한다
거기에서 모난 돌 캐내고
고통의 찌꺼기
씻어내고 닦아내며
어둠을 빗질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고
조용히 건너가며
그의 가슴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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