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행전 박영환
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감을 다 따고 나면 한 해가 다 간 것 같다
감을 거둬들이고 나면
감나무 잎이 아주 붉게 변한다
어쩌면 열매를 빼앗긴 분노같아서
가끔은 섬찟하고 시리다
그런데 그 아픔을 토해낼 겨를도 없이
이내 된서리가 등짝을 패며 입을 틀어 막는다
많이 속상해 하는데
시원하게 울기라도 하게 그냥 내버려두지
우격다짐인가, 심술인가
하늘은 멀고 땅은 가깝다더니
하늘은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만만한 게 땅인지 땅의 나무들만 수난이다
사람도 땅을 밟고 사니
퍼붓는 서리에 자유로울 수 없다
나무나 사람이나
서리를 맞아 하얗게 변한 초겨울이다
모두 다
초겨울을 잘 견뎌야 한겨울을 잘 지날 것 같다
힘을 내자, 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