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를 위한 기도
행전 박영환
메아리 성이 나면 오던 길을 멈춘다
메아리가 숨이 차면 계곡의 길이 무너진다
봉우리와 봉우리가 흐느끼며 울음을 내뱉다가
돌덩이를 물고 뒤척이다가 동공에 힘을 잃고 쓰러진다
화난 메아리에 할퀸 산은 울부짖으며 하늘을 쳐다본다
메아리는 산의 손이다
메아리는 산의 다리이다
메아리는 산의 얼굴이다
메아리를 잃은 산에는 별빛이 놀러오지 않는다
메아리가 없는 산은 구름만 가득하다
메아리가 호흡을 얻으면 산은 길을 만든다
메아리에게 길을 만들어주자
그가 하늘에서 내려와 들을 건너
우리 모두를 어루만져 주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