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행전 박영환
하루를 하루되게 살자고 했다
그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부지런한 오후의 멱살에 잡혀 서쪽으로 향하는
석양의 노을을 본다
석양은 오늘을 잘 살고 가는 것인가
반짝이는 몸짓으로 생명들의 율동을 보며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때 아닌 구름을 만나 제 대로 힘을 쓰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덕분에 잠시 쉬면서 구름의 뒷면도 느꼈노라고
하루는 어제도 있고 오늘도 있고 또 내일도 있다
동그라미 치고 싶은 하루를 손꼽아 보라
나를 위한 하루는 그 얼마이며 남을 위해 쓴 하루는 얼마이더냐
욕심을 낸 하루는 그 얼마이며 욕심을 버린 하루는 그 얼마나 되던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는 하루를 시장에 내어보자
덥석 사가지고 품에 넣어 갈 사람이 있을 것인가
결국 나의 하루는 그렇고 그런 것이었나
반짝이는 햇살이기보다는
구름의 뒷면은 보았다고 스스로를 달래는 그런 것
그런데도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나의 것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남은 또 다른 하루를 위해
그 하루가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