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익사에서
행전 박영환
꽃이 피고 지듯
세월도 피고 지지만
선열과 우리가 같이 들고 있는 끈 하나는
영원하다
남이 하는 것처럼
제 목숨 하나 건지면 그만이라고
숨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망하는 나라 앉아서 볼 수 없었던
선비의 양심이 붓 대신 칼을 잡게 했다
횃불은 횃불 아래 모인 사람이 밝힌다
귀한 뜻 모아 횃불을 훨훨 태우며
목숨을 던진 장령과 군졸들
누구의 이름이 먼저이면 어떠랴
오르는 길이 내려가는 길이었고
내려가는 길이 오르는 길이었다
전쟁 이후 그 공로 높이 사서 많은 벼슬도 내렸지만
귀양 가는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마다하고
달밤에 말을 달려 강정으로 돌아간 거룩한 뜻
영혼을 담은 모과나무에 새겨진다.
*충익사는 의병장 곽재우 장군 및 17장령 그리고 무명의 의병들 위패를 봉안한 곳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