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절 / 청도군 화양읍 소라리
행전 박영환/ 2012.9.18.
파랑새 다리를 지나서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른다
숨이 차면 뒤를 한 번씩 돌아보는데
그 때마다 청도천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어여 가라고 손짓을 한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옛날'이란 단어가 가파른 성벽 위에서 우두둑 떨어져
발밑에 쌓인다
작은 절이자만
이 고장 사람들은 이곳에서 '옛날'을 발견하고 '옛날'을 만들기도 한다
옛날에 이서국이 신라와 마지막 결전을 벌였던 곳
최후 순간을 맞은 병사들은 망국의 한을 안고 냇물 위에
이파리 잃은 꽃무덤을 만들었다
옛날에 이곳의 지세는 개가 달리는 형상이라
走狗山이 되었는데
하여 정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떡 줄게 가지 마라"
달래기 위해 절을 짓고 이름도 흔하지 않는 '떡절'이라 했단다
그 이후 인재들이 많이 태어났단다
옛날에 이곳은
학생들이 원족을 갔던 곳이다
이 고장 중심부에 위치하니 산동이며 산서의 학생들이
도시락 하나씩 들고 올망졸망 찾아왔다
"선생님, 떡절에 가면 떡을 줍니꺼"
"에끼놈"
떡 대신 꿀밤 한 대 얻어 걸렸다
나의 앨범에는 용하게도 그때 영산보전 앞에서 찍은 흑백사진이
약간 노리끼리하게 색깔은 변해도 얼굴 모습은 선명하게 담겨 있다
오늘 그 사진 속에 있는 몇 명 친구가
이곳을 다시 찾았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지만
우리는 그 세월들을 두루마리에 감으며
다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또 옛날을 발견하고 옛날을 만드는 순간이다.
* 청도군 화양읍 소라리, 떡절이 위치한 이곳은 석벽으로 이루어져 천혜의 요새이다. 떡절은 신라말이나 고려초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문헌상 고증이 없어 확실한 연대는 알수 없다. 아무튼 현재의 절은 조선 선조 9년(1576년)에 청도의 정기가 뻐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