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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친구

바보

바보

                                                                   박영환

 

산에 오르면 가끔 바보가 된다
뿌리는 뿌리대로 엉키고
가지는 가지대로 엉켜 있어도
귀찮아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내어주며
살아가는 것이 바보스럽다고 생각하다가 바보가 되는 것이다

산에 올라 눈을 뜨고 있다가 바보가 된다
앞이 열려있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눈을 감아보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이다
눈을 뜨면 앞만 보이는데 눈을 감으니 앞뒤가 다 보이는 것이다

산에 올라가 내려갈 걱정을 하는 것은 바보이다
내려갈 수 있으면 내려가면 되는 것이고 내려가지 못하면 거기 한 그루 나무가 되어도 좋을 것인데 말이다
올라가는 것은 목적도 아니고
내려가는 것이 진실도 아니다
우리는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숙제를 안고 쩔쩔매는 바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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