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남운섭 화백
행전 박영환
갑자기 날아든 비보, 이게 사실인지요
아직도 그 순한 웃음 속에
붓 자루 하나 잡고 화실 벽을 채우고 있을 것 같은데
뭐가 그리 급했나요
지금 이 시간도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이렇게 많은데
교단에의 정년퇴임도 하기 전에 바삐 가야할 그곳은 대체 어떤 곳이오
제자들의 울부짖음과 지인들의 통곡이 들리지 않나요
남 화백
당신은 내가 낸 책 세 권 중에 두 권의 표지화와 제자를 맡아 주지 않았소
'솔바람 초록빛 바다'가 그렇고 '종소리의 뜨락에서'가 바로 당신의 작품이지요
'종소리 -'를 부탁할 때, 너무 바쁜 분이라 조심스럽게 운을 뗐을 때
"당연히 제가 그려야지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섭섭하지요."
흔쾌히 청을 들어주시고 그 이후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하여 주셨던 고마움
잊지 못하오
다음에 책을 낸다면 또 누구에게 부탁하리오.
어쩌겠소
이왕 가시기로 저쪽 문에 발을 들여놓으신 당신
더는 붙잡을 수 없구려
가시려거든 편안하게 가십시오
좋은 곳에서
좋아하시던 그림 마음껏 그리십시오
삼가 명복을 빌고 또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