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친구

청도 석빙고에 오면

청도 석빙고에 오면

 

                       행전 박영환

 

 

 

석빙고에 오면

중학교 때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던 친구 병식이가 생각이 난다

학교를 파하기가 무섭게 거리에 뛰쳐 나가

"시원한 아이스께끼"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어쩌다 잘못되어 얼음이 몽땅 녹아 울상이 되어 있었지

한 마디만 거들면 통곡을 할 듯한 표정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는데

병식이 아이스케키 통을 열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소리쳤다

"아무나 가져 가뿌이소"

소매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나에게도 덥석 하나 안기었는데 꼬챙이에 물렁한 얼음이 흘러내렸다

또 다시 멍하니 받아 쥐고 있으려니

"와 안 묵노"

채근을 했다

할 수 없이 입에 넣었는데 입에 녹는 것은 병식이 눈물이었다

병식이에게 청도 석빙고를 한 번 빌려주고 싶다.

 

*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에 소재하는 청도 석빙고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고 있는 얼음 창고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시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프다, 남운섭 화백  (2) 2023.03.04
우물쭈물  (0) 2023.03.04
공북루에 올라  (0) 2023.03.04
삼족대에서  (1) 2023.03.03
처진 소나무  (0)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