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석빙고에 오면
행전 박영환
석빙고에 오면
중학교 때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던 친구 병식이가 생각이 난다
학교를 파하기가 무섭게 거리에 뛰쳐 나가
"시원한 아이스께끼"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어쩌다 잘못되어 얼음이 몽땅 녹아 울상이 되어 있었지
한 마디만 거들면 통곡을 할 듯한 표정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는데
병식이 아이스케키 통을 열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소리쳤다
"아무나 가져 가뿌이소"
소매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나에게도 덥석 하나 안기었는데 꼬챙이에 물렁한 얼음이 흘러내렸다
또 다시 멍하니 받아 쥐고 있으려니
"와 안 묵노"
채근을 했다
할 수 없이 입에 넣었는데 입에 녹는 것은 병식이 눈물이었다
병식이에게 청도 석빙고를 한 번 빌려주고 싶다.
*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에 소재하는 청도 석빙고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고 있는 얼음 창고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