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 앞에서
행전 박영환
'석탑은 지금 수리중'
목어가 화살표를 그렸다
무엇을 수리할까
이끼 낀 세월, 고칠 것이 한두 군데이겠는가
그래도 가장 먼저 손댈 곳이 어디겠는가
갑자기 '그림자'란 생각이 든다
옆에서 어떤 사람이 슬며시 그림자를 밟고 참견을 한다
"어허, 고쳐서 그림자 나타나면 무영탑이 아닌데"
그것도 그렇구먼, 그렇지만 아사녀 생각을 해야지
그녀는 지금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영지 못가를 맴돌며 아사달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절망의 상처를 꿰매고 훨훨 날아
토함산으로 남산으로 꽃불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제 그만 갑시다, 일행의 재촉하는 소리에 그림자가 놀라자
뭉게구름을 안고 있는 운판이 껄껄 웃는다
* 사찰의 사물은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이다. 목어(木魚)는 나무로 깎은 물고기 모양인데 그 속을 비게 만들어 송경을 할 때와 불사에 치는 것이다. 운판(雲板)은 청동에 구름 모양을 주조하여 만든 것이다.
'시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입 꼬리 (0) | 2023.03.03 |
|---|---|
| 보문호에서 (0) | 2023.03.03 |
| 부부 방정식 (0) | 2023.03.02 |
| 창녕 고분군(古墳群)에서 (0) | 2023.03.02 |
| 감나무 정지를 하면서 (0) | 2023.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