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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친구

불을 때며

불을 때며

 

                        행전 박영환

 

 

 

아궁이에 불이 잘 들어 갈 때는

청솔가지나 마른 솔가지나 마찬가지다.

훨훨 잘도 타고

굴뚝에 연기도 펑펑 솟아올라

방도 뜨끈뜨끈하다.

불이 잘 들어가지 않는 날은

불이 아궁이 밖으로 쏟아져

그을음과함께 매운 눈물만 흘리게 되고

방도 냉설이다.

 

고향집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데

오늘따라

불이 너무 들어가지 않는다. 

부채질을 해도

그때뿐이고 이내 도로 불꽃이 날름거린다.

고래가 막힌 것 같다.

 

젊을 때는 무른 것도 단단한 것도

소화가 잘 되었는데

속이 더부룩하다.

늘 잘 탈 줄 안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안 탈 줄도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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