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실상사/ 행전
2017년 3월 27일(월) 전북 남원시 실상사를 찾았다.




실상사 돌장승
행전 박영환
그의 임무는 귀신을 쫓는 것이다
한 걸음도 사악한 무리는 용서하여 들이지 말라고
단단히 명을 받았건만 그냥 장승처럼 서 있다가
장승이 되고 만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튀어나온 둥근 눈에 주먹코와 커다란 귀
애초에 험상궂기는커녕 오히려 익살스러워
아무도 겁을 먹지 않는다
큰 불을 들고 들어가 부처님을 메고 간다 해도
그럴 리 없다고 애써 믿어주다가
된통 꾸중을 들어도 뒷머리만 하릴없이 벅벅 긁는 모습
속이는 것과 속는 것의 경계가 무너져
넓은 오지랖에 어눌한 손수건 한 장 꺼내들고 오히려 위로하며
땀을 닦아주지 않으면 마음이 아파 견디지 못한다
여우같은 짝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좀 덜 바보가 되었을까
평생 음양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지만
그것 역시 그런 것이라 허허 한 번 웃고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장승으로만 살아갈 것이란 그가
괜히 밉다가 또 부럽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