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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을(소설, 수기 등)

울고 싶자 때려주고

울고 싶자 때려주고

                                                     

       행전    박 영 환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부장인 나는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선생님들을 독려하며 자율학습 지도를 했다.

그 날도 저녁 9시경, 3학년 층에서 자율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들어서니 3반의 현지 어머니가 담임인 손 선생님께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담임이면 아(아이)를 그 따우(따위)로 때리도 되능기요, 다 큰 여자 아이를 몽둥이로 개 패듯이 패고.”

느닷없이 방문하여 항의를 하니 손 선생도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얼굴만 푸르락누르락 했다.

거기에다가 인간쓰레기라고 하면서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했다면서요, 이제 머리를 다쳤으니 자연스럽게 포기 되겠네예.”

무슨 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몽둥이로 개 패듯이 패다니요, 또 인간쓰레기니 포기한다는 둥 그런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화가 나서 꾸중을 한 적은 있어도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담임 손 선생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언성을 더 높였다.

그라마 갸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말임니꺼. 마 절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낌니더. 갸는 이날 이 때까지 거짓말이라고는 한 번 안 한 아임니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요? 어머니는 딸이 귀여우니까 믿으시는지 모르지만 어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란 것은 담임인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생활에 상당히 태만하며 거짓말도 꽤 많이 하고 있는 편입니다.”

담임의 말에 현지 어머니는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림니더. 우리 아가 태만하고 거짓말을 하다니.”

현지는 무용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예체능계 학생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지가 무용에 출중한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현지도 처음에는 무용보다는 학업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했다. 1·2학년 때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공부를 했지만 성적이 기대한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3학년 때 부랴부랴 어머니의 뜻에 따라 무용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무용 학원을 다니기는 했지만 별로 소질이 없어 그만 둔 것인 만큼 새로 시작해도 역시 큰 발전이 없었다. 거기다가 무용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학과 성적은 더더욱 처지게 되었다.

점차 학업에 흥미를 잃고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아예 무단 조퇴를 하여 학교를 빠져 나가기도 했다. 이를 안 담임 선생님은 여러 번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주의를 받을 때뿐이고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께만 해도 현지는 수업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도망을 가다가 담임선생님에게 발각되었던 것이다. 벌써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라 담임선생님도 화가 나서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생각으로, 꾸중을 하며, 머리를 몇 대 쥐어박은 모양이다.

나는 어머니를 상담실로 모셔갔다. 어머니는 계속 열이 펄펄 끓는지 생수를 연거푸 몇 잔 들이켰다.

현지 어머니, 조금 진정을 하십시오. 지금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입니까? 현지를 바른 길로 인도하여, 바르게 자라게 하고, 나아가서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담임과 잘잘못을 따져,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를 가리는 승부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요.”

현지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것은 담임이 때렸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는 되겠지만, 그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이때쯤이면, , 현지뿐만 아니라 3학년의 많은 학생들이 심한 갈등을 느끼곤 합니다. 학교에서는 이를 슬럼프라고 말합니다. 현지도 지금 슬럼프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슬럼프라고 했심니꺼?”

그렇습니다. 슬럼프란 쉽게 이야기하면 자기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과 갈등을 느끼는 것이지요. 현지 역시 무용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근래 여러 무용 대회에 나갔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적도 학급의 하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지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 심한 좌절과 갈등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

저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일은 어쩌면 울고 싶자 때려 주는 꼴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좌절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 자기 잘못을 감추려는 것, 일종의 자기 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 것도 같으면서도 이해가 잘 안되는군요.”

그러실 것입니다. 오늘 댁에 가시거든 현지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요즈음 학교생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면 제 말에 대한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현지가 좀 누그러지면 설득하여 담임선생님께 용서를 빌게 해야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바른 교육이 됩니다.”

…….”

현지 어머니는 처음 보다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이때, 현지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담임인 손 선생님을 찾았다. 폭언을 퍼부었다.

, 니가 담임이야, 우리 귀한 딸을 왜 때려, 나도 매 한 번 들지 않고 키운 아인데. 고발을 해서 너 따위 폭력 교사는 목을 잘라 버리겠어.”

손 선생님의 말은 아예 들으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바탕 퍼붓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손 선생님은 억울하여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자 현지 어머니는 급하게 학교를 빠져 나갔다.

이튿날 현지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현지가 자꾸만 헛구역질을 하며 올리려고 합니더. 혹시 뇌라도 다친깅가 싶어 일이 손에 안잡힙니더.”

헛구역질, . 가슴이 철렁했다.

병원에는 가보셨나요?”

이제 가볼라 캄니더. 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부장 선생님께는 이야기 해두는기 좋을 것 같아 미리 전화를 해두는김니더.”

저녁에 현지 집에 전화를 넣었다.

병원의 진찰 결과가 나왔나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 걸 참이었심더. 큰일 났심더. 신경외과에 갔는데, 사진 촬영 결과, 뇌가 충격을 받은 것 같담니더,”

걱정이군요,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아마 치료를 하면 곧 낫게 될 것입니다.”

글쎄, 치료가 되어야 할 텐데. 확실한 것은 내일 돼 봐야 안담니더, 뇌는 한 번 손상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카는데.”

손 선생님은 하얗게 질려 연방 물을 마셔댔다.

그 이튿날 다시 통화를 했다. 조금은 누그러졌다. 의외로 목소리도 상당히 밝아졌다.

다행히 아주 심한 것은 아니람니더. 며칠 약을 먹으면 괜찮을끼라 카네예.”

정말 다행입니다.”

어제 우리 가족은 잠 한 숨을 자지 못했습니다. 대학 따위는 안중에 들어오지도 않았슴니더.”

심려가 많으셨겠습니다.”

다리 같은 곳이면, 피멍이 들고 말지만. 머리가 되어서 너무 놀라 가지고. 그러나 저러나 너무 소란을 피워서 얼굴을 못 들겠심더.”

저희들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입니다. 모든 걸 액땜으로 생각합시다.”

잠시 뒤, 현지 아버지가 전화를 바꾸었다.

부장 선생님, 미안합니더. 저가 너무 성질이 급하고 무식해서 속에 넣어 놓지 못하고 있는 대로 씨부린 것 같심더

담임선생님께 하신 폭언은 좀 심하셨습니다. 담임선생님도 현지를 미워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관심을 표현하다가 일어난 일일 것입니다.”

정말 할 말이 없심더.”

그러나저러나, 담임 손 선생님도 이번 일로 충격도 받고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담임을 그만두겠다는 것을 억지로 만류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면목이 없심더. 제가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현지와 같이 무릎을 꿇고 사죄를 드리겠심더.”

그날 저녁 손 선생님과 소주 한 잔을 같이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단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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