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35)
만석꾼 재산에 벼슬이 이어지던 원정리 죽산 박씨 고택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향교 홍보장의. 청도문협 회장


청도군 청도읍 원정리, 만석꾼 재산에 대대로 벼슬이 이어지던 죽산 박씨 고택을 찾았다.
5칸 규모의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정면 7칸의 팔작 기와집인 안채가 있으며 우측에 마당을 사이에 두고 큰 사랑채와 중 사랑채가 마주보며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이 집은 1300평 대지에 동서남북 발복'(發福)을 기원하는 전자형(田字形) 아흔 아홉 칸 집이었지만 현재는 중앙에 있던 연회장, 광등이 없어져 60여 칸 정도가 남아 있다. 지은 지는 약 150년 정도 된다.
이 집은 박유붕(朴有鵬) 선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은 1806년(순조 6)에 태어났으며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전라우도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를 지냈으며 당시 영기(令旗)로 사용했던 “湖南右水軍司令”이라는 사령관 기(旗)가 이 댁에 가보로 보존되고 있다.
특히 공은 장안에 제일가는 애꾸눈 관상가였다. 일설에 그가 유명하게 된 것은 임진왜란 때 원병을 온 명나라 무장이면서 풍수, 점술, 관상에 능했던 두사충(杜思忠) 장군의 후손 집에 장가를 들면서 전해오는 비전서(秘傳書)를 익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신통한 혜안을 가지게 된 그는 마침내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의 둘째 아들 명복(命福)이 왕(고종)이 될 것을 예언하기에 이르렀고 이것이 적중하자 대원군은 그를 크게 총애하고 신임하여 운현궁 옆에 45칸 저택을 지어주고 수선교에서 돈암동에 이르는 땅을 하사한 뒤, 책사로 삼고 모든 일에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그 뒤 대원군이 민비를 왕후로 책봉하려 했을 때 반대하고 궁인(宮人) 이씨 아들인 완화군(完和君)을 원자(元子)로 삼으려는 고종에게 반대하는 등 왕실과의 갈등이 생겼다. 그런 일로 스스로 자진하여 목숨을 버렸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사약을 받았다고도 한다.
공의 아들은 박풍혁(朴酆赫)이다. 통정대부(通政大夫) 장진(長津) 도호부사(都護府使)에 이르렀다. 장손 박병숙(朴炳淑)은 울산 군수등을 두루 지냈으며 둘째손자 박병익(朴炳翊)은 경주 군수 겸 경상북도 독쇄관(督刷官)을 지냈고 형제 모두 종이품 가선대부(嘉善大夫)에 이르렀다.
증손자 박영재(朴英在)는 물려받은 1800석 정도의 재산을 바탕으로 만석꾼의 재산을 일구었다. 그는 큰 부자였지만 항상 검소하고 겸손하며 가난한 이의 사정을 살펴 한없이 관대하게 베풀었다. 독립군을 지원하다가 형을 살기도 했고 6.25 전쟁 중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을 구휼했다.
이러한 덕행이 있어 전쟁의 혼란 중 주변에 다른 집은 불에 타도 이 집만큼은 불을 지르는 이가 없어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었다. 또 그 인심 덕분에 아들인 박종환(朴鍾煥)은 경북 내 최다득표로 청도 초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6.25 전쟁 중 북으로 납치되었다.
현재 이집은 박유붕공의 5대손이자 박종환의 아들인 박이수(朴貳洙) 씨가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집이 아직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덕불고(德不孤)’란 시제로 글을 올렸다.
“너라도 그렇게 했을 것 아닌가!”
갓지기가 몰래 아버지 시신을 주인댁 산에 묻었다고 일러바치자 한 말이다
오히려 가난한 상갓집에 곡식과 장례비를 내어놓던 영재공의 후한 인심
훈훈하고 따뜻한 큰 그릇
덕은 외롭지 않아 오래오래 향기를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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