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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119

   119

 

 

                                                                               박영환

 

 

 

 

   119가 고맙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느끼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다. 직접 일을 당해본 사람들은 절실할 것이고 뉴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본 사람들은 좀 피상적인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10월 하순 어느 날 아내가 구급대의 들것에 실려 내려왔다. 정말 예기치 않던 사고였다. 그날 우리 부부는 초등학교 동창 내외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산도 높은 산이 아니다. ㅊ군 뒤편의 야산이다. 어떻게 보면 본격적인 등산도 아니고 점심 식사 뒤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산에 오른 것이다. 산행을 하는 도중 아내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정상에 모여 간식을 먹을 때만 해도 아무런 이상한 징후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아내는 동행한 부인들과 담소를 하면서 먼저 내려갔고 나는 친구들과 뒤에 따라 내려왔다. 그런데 정상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았을 때이다. 갑자기 앞서가던 부인들 틈에서 비명이 들렸다. 누군가 넘어졌다는 것이다. 급하게 뛰어 내려가 보니 아내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렇게 즐거워하며 산을 내려오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혼절을 하고보니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내는 내려오면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지팡이로 삼았는데 공교롭게도 그것이 삭은 것이라 갑자기 부러지는 통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몇 발자국 미끄러지다가 사정없이 넘어졌던 것이다. 넘어지면서 얼굴과 다리에 약간 긁힌 것 말고는 밖으로 나타난 외상은 없었지만 큰소리로 부르고 흔들어도 전혀 무반응이었다. 가늘게 맥박은 뛰고 있었으나 얼굴은 백지장 같았다. 여섯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한 지라 일행은 열 명이 넘었지만 모두들 당황하여 발만 굴릴 뿐이었다.

업고 내려가려고 해도 의식이 없으니 축 늘어져 도저히 업을 수도 없었다. 설사 업을 수 있다고 해도 뼈를 상했을지도 모르고 또 험한 산길을 내려가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 때 한 친구가 119에 연락을 취했다. 연락을 받은 구급대는 즉시 헬기를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잠시 뒤, 산에 숲이 너무 우거져 도저히 접근하기가 어려워 구급대원들이 직접 장비를 가지고 올라갈 것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20여분 뒤, 땀을 뻘뻘 흘리며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대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응급처치를 하고는 들것에 사람을 태웠다. 나와 친구들이 도와줄 것이 없느냐고 하자 잘못하면 환자를 더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전혀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좁은 오솔길이라 한발 한발 내려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숙달된 솜씨로 환자를 옮겼다. 구급차가 기다리는 기슭에 이르자 즉시 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으며 거기에서 사진을 찍고 주사를 놓는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아내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 병원의 구급차로 대학 병원으로 옮겼는데 오는 도중에도 전혀 의식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뇌가 충격을 받아 약간의 출혈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의식이 돌아오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렸으며 몇 주 병원에 입원하고 난 뒤 퇴원을 했다. 그러나 아내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끝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만일 그 날 119 구급대가 없었더라면 상태는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더 심한 일을 겪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지금도 119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어느 누구도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곁에 119가 있다는 것은 늘 고맙고 든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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