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또 다른 언어
행전 박영환
“1414014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3월, ‘2009학년도 학부모 총회’때 학부모님들께 수수께끼 하나를 내었다. 그날은 직장에 다니시는 학부모님들이 편안하게 참석하실 수 있도록 저녁 7시에 시작했기 때문에 예년과 달리 학부모님들이 많이 오셨지만 선뜻 대답하시는 분이 없었다.
“아시는 분은 빵을 사드리겠습니다.”하고 힌트를 드려도 ‘주민등록 번호’니 ‘1학년 4반’이니 하는 대답이 간헐적으로 나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빵을 하나 사드린다 해도 맞추지 못하는 군요.” 해도 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면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 사 하나 사 빵 하나 사’가 정답입니다.”
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제야 의미를 알고 무릎을 쳤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것은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좀 누그러뜨리려는 것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많은 부모님들은 ‘내 자식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이 목표를 향해서 매진하게 하며 당신 스스로 ’조련사‘의 역할을 마다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당신의 운명적 임무요 최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목표가 마침 자식과 잘 부합이 되면 안성맞춤이겠지만 잘 맞지 않는 경우에는 서로간의 괴리를 메우지 못해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부모님의 이 막무가내식 목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저히 자기는 따라갈 수 없는데 너무 윽박지르는 통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원망의 도를 넘어 적대시하는 하는 아이들도 있고 심한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도 있었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 자식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식이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타고난 자질이 다르다. 그 품성을 잘 살펴서 소질과 적성을 알아내 이를 키워주며 꼭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갖도록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날 위의 내용을 말씀드리고 말미에 다시 한 번 이렇게 강조했다.
“고정관념으로는 ‘1414014’를 풀 수 없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쉽게 풀립니다.”
* *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돌아왔다. 이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것이다. 그런데 근래 분위기는 이상하게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기 보다는 더 많이 노력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있다.
‘교육’에 관한한 누구나 전문가나 된 듯이 한 마디씩 던지는 말들이 선생님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억울한 점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름대로 귀를 기울여야 할 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직원 조례 석상에서 이점을 환기시키며 몇 말씀을 드렸다.
“우리가 교직에 몸담는 것을 ‘교단에 선다.’라고 말합니다. 이 ‘선다’란 것은 물론 선생님들이 칠판 앞에서 서서 가르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앉아서 좁게 보지 말고 서서 멀리 바라보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정말 멀리 바라보아야 합니다. 눈앞에 있는 철부지 아이들만 보지 말고 미래의 어른들을 보아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미래의 어른이 되어 선생님 은혜에 정말 감사할 때 바른 교육이 된 것이고 우리도 후회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아침부터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나니 교무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괜히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분위기도 살릴 겸 전번 학부모 총회에 이어 ‘빵’ 시리즈를 시작했다.
“선생님 빵집 전화 번호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한쪽 켠에서 0435(빵사세오)라고 대답하는 분이 있었다.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또 한 켠의 선생님께서 0404(빵사빵사)라고 했다.
“선생님, 정답은 8888번입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빵이 가장 많은 숫자 아닙니까?”
그제야 말뜻을 알고 크게 웃었다. 역시 고정관념으로 보지 말고 새로운 방향으로 보자는 말도 곁들였다.
내친 김에 퀴즈 한 개를 더 내었다.
“정말 이것을 아시는 분에게는 빵을 사드리겠습니다. 빵을 하나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대답을 하시는 분이 없었다.
“영일만 친구입니다. ‘영일’이니 빵 하나이지요.”
이어서 빵 3개 좋아하는 사람은 ‘김영삼’, 빵 다섯 개 좋아하는 사람은 ‘손오공’ 빵 아홉 개 좋아하는 사람은 ‘영구’라고 늘어 놓았다.
“선생님 이제 진짜 문제가 나갑니다. 빵을 정말 무진무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대답이 없었다.
“오늘 빵값 벌었습니다. 빵을 무진무진 좋아하는 사람은 ‘권총강도’입니다. 권총강도들이 총을 빵빵빵빵 -. 쏘지 않습니까?”
교무실에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크게 일어났다. 그 때 나는 이왕이면 이 ‘권총강도’를 가지고 4행시를 한 번 짓겠다고 했다. 선생님들께서 앞 글자를 불러주는 대로 말을 붙였다. 권 - 권력도 없고, 총 - 총도 없지만, 강- 강력한 의지로, 도 - 도전하여 교단을 지키는 우리들, 파이팅
큰 박수로 선생님들께서 화답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권력도 없고 총도 없지만 강력한 의지로 도전하여 교단을 지키는 우리들’이 되겠다는 결의 대회가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