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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귀나무

           자귀나무

 

 

                                              행전 박영환

 

 

 

  내가 사랑하는 나무 중에 자귀나무가 있다. 이 자귀나무는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꽃을 피운다. 나는 이때쯤이면 자귀 꽃을 만나는 재미 때문에 신이 나고 흥겹다.

  내가 이 꽃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도 꽤 오래되었다. 십수 년 전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자귀나무 군락을 발견하였는데 그 밝고 화사한 자태가 얼마나 곱던지 이내 흠뻑 취하게 되었다.  

  자귀꽃의 색깔은 분홍이지만 이도 자세히 보면 조금 짙은 것도 있고 연한 것도 있다. 이 꽃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꽃술이 모여 하나의 꽃봉오리를 만드는 조화미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한 개씩을 보면 실 꽃인지라 볼품이 없지만 조금 떨어져서 봉오리 전체를 바라보면 어느 꽃도 흉내내지 못할 그윽하고 탐스런 꽃등이 되고 이 꽃등들이 나무 전체를 감싸면 꽃구름떼가 되는 것이다.

  이 꽃이 필 때쯤이면 대부분 봄꽃들이 다 지고 이제 새로운 잎사귀가 나무마다 싱싱하게 자라나 녹색으로 바뀌고 난 뒤인지라 화사한 색깔이 주변의 초록과 대비되어 더 돋보인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이 나무를 여러 곳에 심기 시작했다. 꽃이 지고 나면 나무에 씨앗주머니가 달리는데 씨앗이 어느 정도 익게 되는 늦가을에 이를 따서 조심스럽게 보관했다가 초봄에 씨를 뿌린다. 그런데 이 자귀꽃씨는 생각보다 싹이 쉽게 돋지 않는다. 다른 씨앗들의 새싹이 올라오고 난 뒤, 한 참을 기다려 서서히 그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때로는 실패를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애를 태우다가 올라와도 일단 한 번 싹이 돋기 시작하면 아주 왕성하게 자란다.  

  모종은 대략 2년 정도 키웠다가 옮기게 되는데 벌써 몇 해째 이 작업을 하다가 보니 내가 심은 나무도 꽤 많이 늘어났다. 가장 먼저 심은 곳이 우리 아파트이다. 아파트 담장 앞에 심었는데 나이가 열다섯 살 정도되며 4미터 정도의 훤칠한 키이다. 사방으로 쑥쑥 뻗어 그 꽃이 향연을 벌일 때는 아파트 전체가 진분홍색으로 물들게 된다. 또 어깨의 반은 아파트 울타리 넘어 큰 길에 드리우고 있어 이제는 아파트 사람뿐만 아니라 온 동리 사람들의 꽃이 되었다. 그 다음 심은 곳이 가덕도 덕문고등학교 기숙사 앞이다. 그 녀석을 옮길 때 겨우 부지깽이 정도였다. 처음에 두 그루를 심었지만 한 그루는 직원이 잡초를 베다가 실수하여 예초기로 잘라 버려 한 그루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아 있는 것마저도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았다. 농약 방에 들러 약을 사와서 분무기로 한동안 전쟁을 벌였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지 서서히 생기를 찾았으며 지금은 큰 정자처럼 되어 시원한 꽃바람을 선사하고 있다. 부모님 산소 앞에도 몇 그루 심었다. 당신들께서도 이 꽃을 좋아하셨기에 꽃다발 삼아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주 다니는 승학산 약수터에도 손녀와 같이 두 그루 심었다. 손녀 이름을 따서 ‘가영이 나무’로 하자고 했다. 가영이 녀석이 자기 나무라고 좋아하면서 발로 꼭꼭 다지고 물을 주더니 역시 신나게 자라고 있다.

  지난해는 모라중학교 비탈과 공터에 50여 그루를 심었다. 지금까지 심은 것 중 가장 대량으로 심었다. 모라중학교 동산도 얼마간의 세월이 지나면 자귀나무 군락으로 꽃향기가 교정에 가득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자귀나무는 꽃뿐만 아니라 나무 자체도 가구와 수공재료로, 껍질은 약재로도 활용되는 팔방미인이다. 뿐만 아니라 뿌리도 깊게 내려 그야말로 뿌리 깊은 나무이기도 하다. 이런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 자귀나무가 다른 나무와 아주 특이한 점은 항상 밝게 살아가는 나무란 것이다. 어두운 음지에 심으면 잘 자라지도 않고 꽃도 맺지 않는다. 특히 잎 모양도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르다. 낮에는 공작의 깃처럼 힘차게 펼치고 있지만 밤이 되면 나래를 조용하게 접는다.

  이 모양을 이상하게 빗댄 호사가들은 ‘합환수(合歡樹)’라고 하기도 한다. 그 모양이 서로 포옹하는 모습 같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나무의 품성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나온 말인 것 같다. 그는 어둠이 밀려오면 두 손을 합장한 채 묵상에 잠긴다. 그 때 그의 모습은 어둠에 쉬이 동화되지 않고 밝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수도자의 모습 같다. 정말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조용한 밤, 그의 곁에서 귀를 기울이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조용한 독경소리가 촉촉이 배어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기약하는 자귀나무, 그대는 오늘도 우뚝 서서 우리들에게 기쁨과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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