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바위 당신은
행전 박영환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열 사람이 오면 열 가지, 백 사람이 오면 백 가지
여름에 풀이 자라듯 불어나는 전설들
신라군에 쫓기던 이서국 군사들이 굴속에서 죽(粥)을 먹고 견뎠다고 죽바우라 카더라. 아니다. 임진왜란 때 고을 사람들이 죽을힘을 다해 싸우려고 올라갔던 방구인기라. 죽을 넓은 그릇에 담아 둬야 마실이 편하다고 ‘죽암(粥岩)이라 했데이. 큰 스님 한 분이 바위의 정기를 받아 장수가 태어나기를 기원하며 대나무를 심어 죽(竹)바위라고 했다. 모르는 소리, 생김새가 바로 남근 형상 아니가. 그래서 궁합을 맞춘다고 맞은 편 동네 이름도 함박골, 옥산이라 한기라. 이런 말, 저런 말 끝이 없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저 허허 웃으며 먼 산만 쳐다보시니
오늘도 얼굴 없는 전설들이
줄 없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파수병인 듯
바위 위에 우뚝 선
소나무 한 그루
이름하여 일송정입니다
지킬 수만 있다면 비바람이 대수냐
억척스럽게 뿌리 뻗어
눈을 부릅떴습니다.
푸른 기운이 구만리에 가득한 일송정은
하늘이 죽바위를 청도 고을에 선물할 때
마지막으로 그린 눈동자 같아
또 하나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넓디 넓은 반석 위에 올라가면
시간이 슬금슬금 뒤로 돌아
소풍 온 까까머리 초등학생들이 올망졸망 까맣게 모여
보물찾기를 합니다
보물이 쏟아질 때마다 아이들은 도깨비 방망이라도 얻은 듯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담임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 따라 죽바위 가는 날은
전설의 나라를 만나는 행복한 날
추억을 한 아름씩 선물하던
죽바위 당신은 늘 안아주고 업어주는
우리들의 영원한 큰 바위 얼굴입니다.
*죽바위는 청도군 각남면 녹명동(구만리)에 있는 웅대한 바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