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친구

두레박 소리

두레박 소리

 

 

                                 행전 박영환

 

오랜만에 고향집 우물을 길어 올렸습니다

뚜껑을 오래 덮어두었는데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시원한 물은 기다렸다는 듯

두레박줄을 타고 올라와 물통을 가득채웠습니다

 

밥 지을 물을 준비하던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들려옵니다

쇠죽물을 끓이기 위해 우물에 머리를 박고 끙끙 앓던 내 작은 숨소리도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맨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눈두덩에 멍 자국이 가실 날 없던 뒷집 먹통 아지매의 구시렁거리는 소리도 들려오고

이고 있는 물동이 따라 올라간 안섶 속, 앞집 분이 누나의 살포시 내비치는 젖가슴도 그대로 보입니다

우물은 주인이라고 더 주지 않고 앞집이든 뒷집이든

그 누구라도 공평하게 나누어줍니다

욕심도 없습니다

물이 줄어지면 다시 채우지만

아등바등 끌어오는 일이 없어 늘 깊이는 변함없습니다

풍덩

오랜만에 울려 퍼지는 두레박 소리가 고향집 추녀 끝에 하나 둘 매달리고 있습니다.

 

'시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급류  (0) 2023.04.01
잡초  (0) 2023.03.22
그 놈의 열쇠가 무엇이기에  (0) 2023.03.22
알겠네, 자네의 대답.  (0) 2023.03.22
인연은  (0)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