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지역 서원•재실 탐방(30)
청도 유림들이 학문을 논의하고 시유(詩遊)를 즐기던 화산정(華山亭)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향교 홍보장의. 청도문협 회장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에 소재하는 화산정(華山亭)을 찾았다. 화악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청도의 절경인 낙대폭포가 병풍처럼 둘러친 곳이며 멀리 용각산과 낙안봉 및 여러 산봉우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산수가 빼어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청도 군수인 주재영이 사별한 부인을 사모하는 마음에 사당을 지어 모시려했던 곳이다. 그때 유림들이 “고향에 부모님을 모신 사당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들은 군수는 유림들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되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준 분들께 고마운 정표로 이 땅을 매도하였다. 이 때가 1923년 4월 5일이었다. 그 뒤 1935년 10월, 청도유림 31명이 화산정계를 조직하여 학문을 논의하고 시유를 즐겼다.
청도군수 소진우(郡守 蘇鎭禹)는 ‘화산정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계(契)를 맺어 모임을 거듭한다면 어찌 동진(東晋)의 왕희지가 난정(蘭亭)에서 계를 맺은 한 시대의 풍류 문화를 부러워하겠으며, 옛날 낙양의 정원과 오늘의 화산정이 서로 짝하여 아름답지 않으리. 나도 벼슬을 버리고 산으로 돌아가는 날, 베옷에 각건(角巾)을 쓰고 술잔을 들고 시 읊는 틈에서 여러분을 따르리라. 태평성대에 함께 동참하리니 여러분은 기꺼이 한 자리 마련해 주지 않겠습니까!” 했다.
이정기(李井基)는 ‘화산정’이란 시제로
화악의 중간에 별천지 있으니
무성한 숲 대나무는 정자 앞을 둘렀네
폭포수 뿌리니 때 아닌 비가 되고
골짜기 깊어 늘 연하가 떠있구나
하고 노래했고
박용현(朴龍見)도
학문세계[書林] 유지하려 돈돈한 모임하는 일
선계(仙界)를 보고 세상인연 끊어 보세
이곳에 올랐던 고금의 많은 나그네들
뛰어난 곳이란 이름을 영원히 전하리
했다. 그 이외 박재시, 이장기, 이종만, 박계성, 장인식, 이종옥, 김원곤, 김준곤, 최상덕, 반규환, 박희곤, 박성곤, 박원규, 이종일, 박영곤 등 여러 분의 시도 ‘청도 문헌고’에 전하고 있다.
이처럼 청도의 많은 유림들이 이곳에서 수시로 학문을 논의하고 시유를 즐겼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계답도 수백 평 있고 관리자가 있었지만 그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몇 번 중수를 하였지만 이기지 못하고 끝내 퇴락하여 2003년 10월 1일 철거하게 되었다. 이를 계원의 후손들은 물론 많은 분들이 매우 안타깝게 여겼는데 마침 이의근 경북도 지사와 이원동 청도 군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05년 5월 새로 중수하여 화산정 계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게 되었다. 이 때 유사는 박순걸, 김대수이다.
그 당시 선대들이 시유하는 장면을 생각하며 ‘선유춘절풍류운사 화산정유감(先儒春節風流韻事 華山亭有感)’이란 시제로 글 한 편을 썼다.
先儒春節又亭逢 옛 선비들 또 다시 화산정에 만났네
蝶舞鶯聲起澗松 나비춤과 꾀꼬리 소리가 골짜기에서 일어나네
豪客相吟挑興趣 호기가 넘치는 이들 서로 시를 읊으며 흥취를 돋우고
騷人對酌帶歡容 시인들은 술잔을 나누며 즐거운 얼굴을 띤다
成屛寺谷桃紅染 병풍을 이룬 계곡은 복숭아꽃으로 물들고
活畫南溪柳綠濃 살아있는 그림인 남산 개울은 버들잎에 짙다
韻士勝遊何處覓 옛 선인들의 즐거운 놀이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題詩展軸古風從 제목에 따라 시를 짓고 시축을 펼치던 옛 풍류를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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