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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

동유럽 여행 (1) 유채꽃 향기 속에 숨쉬는 역사

동유럽 여행 (1)

 

                유채꽃 향기 속에 숨쉬는 역사 

 

  행전 박영환

 

◎출발 

  지난 5월, 10박 11일 동안 동유럽 6개국 여행을 했다. 그 동안 직장에 매여 있던 처지이라 가까운

나라는 잠깐씩 틈을 내어 다녀오긴 했지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혹시 늦을세라 잠을 설치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김해 비행장으로 나갔다. 

   이번 여행은 부산에서 같이 퇴직한 교직 동료 내외분들과함께  단체로 떠나게 되었다. 김해 비행장에는 유럽행 직항이 없는지라 일행  26명은  아침 7시, 인천 비행장에 가서 장시간 기다렸다.

  오후1시, 비행기가 굉음 속에 지축을 끌어 당겨 힘차게 하늘을 차고 올랐다. 기내는 승무원들이 참 친절했고 좌석 앞에 비디오를 설치하는 등 많은 배려를 했지만 11시간을 좁은 좌석에서 견딘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다리는 뻐근하고 귀도 멍멍 머리도 흔들흔들했다.

   운항정보가 속도 956킬로미터, 고도 11573를 알려주었다. 물론 이는 지역에 따라 수시로 변했다. 비행기가 기압의 영향으로 흔들릴 때마다 기장은 안전벨트를 꼭 착용하라고 부탁했다. 

 

◎ 프랑크푸르트 도착

 

   드디어 처음 기착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11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왔으니 한국시간은 밤 12시 18분이지만 7시간의 시차가 있어 여기는 아직 오후 5시 18분으로 해가 많이 남아 있었다. 잠은 오는데 날은 밝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가이드 최 양이 안내를 했다. 최 양은 관광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으로 경력이 12년이라고 했다. 나이가 40대이니 최 양이라 하기에 좀 그렇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본인이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랐다. 손님들이 많아 계속 국내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버스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출고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 차이었고 기사는 폴란드인이었다.

  동유럽 여행은 나라와 나라 사이를 버스로 움직인다. 그러니 한국에서 올 때와 돌아갈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버스 여행인 것이다. 우선 숙소가 있는 멜링겐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이곳의 고속도로는 속도 제한이 없다. 대개 시속 150 킬로미터 정도를 달린다. 그러나 방음벽이 있는 곳이라든지 특히 손님을 실은 버스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제한이 되어 있다. 우리를 안내하는 기사 분도 자율적으로 잘 지켰다. 이곳은 자율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속도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사용료까지 자율이었다. 우리처럼 톨게이트를 막아놓고 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스스로 분기별로 내는데 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게에서도 물건은 100% 정찰제였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처지에 흥정을 하려면 엄청 번거로울 것인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계산하기가 힘들면 돈을 손바닥 위에 얹어놓으면 자기들이 계산하여 집어 갔다. 그렇게 해도 절대로 더 가져가는 얌체 행위는 하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비가 쏟아졌다. 비행기가 도착할 때, 기내 방송으로 프랑크푸르트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내리니 하늘이 맑았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하늘이 쨍쨍하여 비가 오지 않으려니 하는데 어느 순간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러다가 갑자기 개고 이것이 전형적인 이곳의 날씨였다. 그러니 하루 내내 우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늘 가지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비가 올 때는 춥기 때문에 두꺼운 점퍼도 꼭 준비해야만 했다.  여행 내내 버스에 내릴 때마다 가이드는 우산 챙겨 나가라고 신신당부했다. 한 번은 가이드의 말을 듣지 않고 우산을 차에 두고 내렸다가 비를 흠뻑 맞은 적도 있었다. 

 

 멜링겐으로 가는 길, 거의 산을 볼 수 없었다. 산이래야 작은 구릉이었다. 지평선이 보이는 끝없는 평원이었다. 유채꽃이 참 많았다. 처음에는 관광용으로 심은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고 유채 열매를 가지고 공업용 기름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나 경주 반월성 근처에 관광용으로 심어 놓은 것이 생각났다. 얼마 전에 경주 반월성 근처에 갔을 때 그 유채단지는 이곳에 비하면 정말 작은 규모인데도 그 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얼마나 몰렸는지 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이었다. 이곳에는 유채가 이렇게 많이 피어 있어도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유채가 없는 곳은 초원이다. 밀이며 보리를 심었다. 밀은 빵의 재료이며 보리는 맥주의 재료이다. 이것은 독일뿐만 아니고 동유럽 전체의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이곳은 땅이 넓어도 효용도는 우리보다 못했다. 석회석 땅이라 토질도 비옥하지 못하고 거기에다가 비오는 날이 많아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벼며 과일 등은 잘 되지 않았다. 모든 땅을 경작하지 않고 사분의 일 정도는 놀린다고 한다.

  계곡마다 청정한 물이 마음껏 흐르는 우리는 정말 복 받은 나라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물을 사 먹어야 하는데 기사가 싸게 파는 것이 한 병에 1유로(한화 1500원) 정도이었다. 그래서 이곳은 물 인심이 좋지 못했다. 식당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물만 제공한다. 심지어 라면을 하나 끓여 먹으려고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면 1유로를 내라고 했다. 화장실도 50센트(750원)를 주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들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퍽 유쾌하지는 않았다. 

   3시간이 좀 더 걸려 멜링겐의 호텔 LLMTL에 도착했다. 호텔은 도회지와 떨어진 한적한 시골에 있었는데  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새로 지은 건물이기에 방은 깨끗했다. 그런데 침대가 참 좁았다. 이것은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고 동유럽 전체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유럽인들은 대체로 키가 크고 뚱뚱한 사람들도 많은데 침대가 이렇게 좁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이드 이야기로는 이들은  바로 누워 자지 않고 모로 웅크려 자는 습성이 있어 침대가 좁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샤워실도 무척 비좁았다. 그들은 우리처럼 때를 씻지 않고 물만 한 번 뒤집어쓰고 나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항가리, 오스트리아 - 어디로 가나 유채꽃 향기 속에 숨쉬는 역사가 있다. 지정학적으로 그들의 역샤는 각 나라별로 온전하게 독립될 수 없었다. 물고 물리는 합종연횡의 역사였다. 그러기에 얼른 보면 똑 같은 문화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혈통에 저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아무튼 이 여행 중 많이 배우고 느끼며 좋은 추억도 만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동유럽 여행(2) '핏빛 그림자를 녹색으로 바꾼 베를린'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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