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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가 좋다

나반존자가 봉안된 사리암

 

 

                   나반존자가 봉안된 사리암

 

 

                                                   행전     박영환

 

 

 

  

  사리암(邪離庵)은 운문산 산내 암자이다. 운문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길도 험한 곳이지만 연중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기도처이다. 

  2월 어느 날, 사리암을 찾았다. 원래는 암자 밑 주차장까지는 차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길도 미끄럽거니와 또 걸어서 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운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아내와함께 걷기로 했다.

  얼마 전에 내린 눈들이 온산을 하얗게 덮고 있으며 길은 결빙이 되어 자칫하면 미끄러질 것 같아 조심조심 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앞서 가던 아내가 꽈당 넘어져버렸다. 다행히 허리는 다치지 않았지만 찰과상의 정도는 심한 것 같았다. 아내 더러 그만두고 내려가자고 했더니 이왕 마음먹은 것이니 올라가자고 하여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겨우 산 아래 주차장까지 도착은 했지만, 그 때부터는 사람만 겨우 다니는 비탈길이었기에 더 힘이 들었다. 초입부분은 비탈이긴 해도 눈이 조금 녹아 나았지만 얼마 못 가서 이내 꽁꽁 언 계단에 이르렀다. 바로 옆은 절벽이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옮기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험한 길인데도 불자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앞 사람이나 뒤 사람이 미끄러져 기우뚱 할 때마다 손을 잡아주면서 조심하라고 격려를 했다.

  중간에 약수 샘이 있었다. 주변은 꽁꽁 얼어 있고 물바가지 하나 겨우 들어갈 구멍이 뚫려 있어 한 바가지 퍼서 마셨다. 추운 날씨이지만 등에 땀이 젖어 있는 터라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정말 엄청 가파른 길이었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바로 서지 못하고 아예 앉아서 계단을 붙잡고 내려왔다. 

계속 미끄러지는  노보살께

  “기다렸다가 날씨가 풀리면 오시지 않고….”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 바로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교통이 불편하고, 특히 미끄러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때 오시는 분들 모두가 이런 마음인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하고 보니 편안하게 방문하는 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사리암은 고려초(930년) 보양국사가 처음 창건하였다. 보양국사는 고려의 건국을 도왔던 고승으로 운문사를 중창한 분이기도 하다. 사리암은 그 뒤에도 정암당 효원대사가 1845년(조선헌종11년)에 중창을 했으며 그 이후에도 증축과 중수를 많이 하였다. 1978년에는 혜은 스님이 전기불사를 했고, 1980년부터 84년까지 불자들이 노력하여 삼층요사, 법당, 자인실 등을 신축및 개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곳은 나반존자를 모신 기도처이다. 천태각(天台閣), 일명 독성각이라고 하는 곳에 나반존

자상을 봉안하고 있다. 나반존자는 부처님이 열반 하시고 난 뒤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동안 중생의 복전이 되도록 부촉 받은 분으로 항상 천태산에서 홀로 선정을 닦으며 열반에 들지 않고 말세의 복발이 되어 미륵불을 기다리고 있는 존자이다.

  이 나반존자께 기도를 드리면 기도 영험이 많기로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기도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은 또 사리굴이 유명하다. 전해오는 설화에 의하면, 옛날 이 사리굴에서 쌀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쌀이 한 사람이 살면 한 사람 먹을 만큼의 쌀이 나오고 두 사람이 살면 두 사람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다. 그런데 하루는 더 많은 쌀을 얻으려는 욕심이 생겨 구멍을 더 크게 뚫었다. 그러자 쌀이 나오지 않고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욕심을 금도로 삼는 부처님 도량에 아주 적합한 설화이다. 

 

  법당은 눈에 덮여 고드름이 주렁주렁 얼어붙었으나 붐비는 기도객들과 그 뜨거운 염원이 간절하여 열기가 후끈 후끈했다.

  아내와 함께 관음전과 사리굴, 천태각, 산신각에 들렀다가 점심 공양을 했다. 나물 반찬에 미역국이었지만 땀도 흘리고 출출한 터라 그 어느  진수성찬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이제 내려갈 시간, 멀리 바라보니 설경은 한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웠으나 내려갈 길을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올라오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더 힘이 들 텐데…. 더구나 아내는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그곳에서 자고 올 형편도 되지 못하는 것, 조심조심 하산을 시작했다.

 

  난간이 있는 곳은 잡을 것이라도 있지만 난간이 없는 부분은 그대로 주저앉아 엉덩이를 땅에 끌고 내려가야만 했다.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산 아래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데 50분 정도 걸리고, 거기에서 다시 운문사까지 가는데 5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내려올 때는 너무 힘이 들어 다시 올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이내 그 마음이 사라지고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반존자님 

저의 기도를 들으셨죠

내려갈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

붙들어 주셔야 합니다  

이제 저는 계속 내려가는 길입니다

그길

산만 미끄러운 것이 아니고

들도 미끄러울 것입니다

다리가 미끄러워 넘어지기보다는

마음이 미끄러워 넘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디 마음이 얼어붙어 기우뚱 거릴 때

죽비로 내리쳐 정신이 번쩍 들게 하십시오

이제 저는 계속 내려가는 길입니다

 

                                                             (2011.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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