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에도 꽃은 지고
행전 박영환
꽃이 피는 동안에도
어둠이 밀려온다
계절의 언덕에 서서
솟구쳐 오르는 상심을 달래기 위해
덧칠한 노래를 불러보지만
귀퉁이가 찢어진 낙엽같이 고개를 떨군다
느슨하게 풀린 옷깃을 조이며
길을 떠난 이름들을 불러보지만
햇볕을 잃은 빈 가슴은
야윈 수숫대와 같은
메마른 언어를 만들고 있다
나의 불빛은
그믐밤 속으로 숨어버리니
회색빛 독백으로 눈물을 삼킨다
물안개 젖은 긴 의자에
커어튼 한 자락이 삶의 빗금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