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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친구

서유럽 여행

서유럽 여행

 

                행전 박영환

 

 

폼페이에게

 

아직도 화산재가 스크럼을 짜고

조금도 물러날 뜻이 없어 보입니다

괜히 폭발하여 성질을 부렸던 베수비오 그 화산이

머쓱하여 헛기침만 컹킹하며

눈을 꿈벅거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다 못해 참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만하면 겹겹이 봉인된 숨소리라 해도

다시 살려낼 것 입니다

 

우리는 입을 모아 크게 외칩니다

"일어나라, 일어나서 다시 한 번 걸어보시라"

간절하게 기도를 합니다

 

드디어 집들은 지붕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상점마다 물건들이 가득 차고

극장에는 눈물과 웃음이 메아리를 만듭니다

경기장에서 땀을 흘리고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몸을 씻습니다

빵 굽는 냄새가 구수합니다

평화로운 별장, 행복한 휴양지에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걸렸습니다

 

광장에는

어제와 오늘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나는 축제의 장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오며

더는 화산재 따위에게 지지 말고 절대로 잠을 더 자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합니다

 

 

콜로세움에게

 

지금은

꽉 낀 바지가 아닌

약간 헐렁한 바지를 입고

허수룩한 둥근 원통으로 살아가는 당신

열심히 살았기에 아직도 자존심은 당당해 보이는데

그래도 늘 평안한 날만 있었던 게 아니지요

사람의 짦은 인생도 비가 쏟아지고

눈까지 덮어쓰고 바람에 휘어지기도 하는데

당신은 누천년을 살아왔으니

오직 사연이 많았겠습니까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이지만

그 자체가 '거대한 건축물'이 된 당신

 

돌아보면 당신의 일기장엔

늘 로마시민들이

환호하는 목소리만 기록되지는 않았겠지요.

맹수들이 뛰어나와 피를 흘리고

박해를 받은 시민들이 마지막 목숨을 거두는그 날을 기록할 때는

통곡하는 당신의 피눈물로 얼룩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찌 그렇게 미워하고 시기하며 끌어내려 목숨을 앗아갔을까요

이제 그런 날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렴요

 

근래에는 손님 맞기에 너무 바쁘시겠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악수라도 한 번 하고 싶었는데

문이 잠겼으니

멀리서 안부나 묻고 돌아갑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소렌토 바다

 

 

가끔

바다에게 묻는다

바다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냐고

그러면 바다가 물을 지 모른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냐고

나는 항상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적어도 바다를 만나는 순간은 행복하다고

더구나 그대처럼 이렇게 맑고 고운 얼굴을 만날 때는

황홀하다고

언제부터 바다를 그렇게 좋아한지는 모르지만

바다는 늘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다

소렌토 이 바다를 보게되면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을 참 잘했다고

대견해 하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다.

 

 

  베니스 운하를 지나가며

 

물결 찰랑이는 운하에
곤돌라가 줄지어 지나간다
 
베니스에 오면 한 번 만들고 싶은 
풍경이다
 
줄무늬 셔츠를 입은 선장의 노는 
키가 크고 묵직하다
 
골목길이 된 수로 옆의 집은 
처음과 끝
모두 붉은 벽돌집
창문을 닫고 덤덤하다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새로운 그림이 맞다
수많은 세월 동안 
물이 있어 집이 있고 집이 있어 물이 있는 곳
여기 아니면 볼 수 없고
얼마나 많은 사연이 숨어 있는가
 
우리는 
베니스란 펼침막을 높이 치켜든다.
 

 

융프라우 라면국물

 

바람 업고 눈을 이고

하늘 지붕
이곳에 섰다
 
가끔
이 모습 찍어 보내주던 친구들이 부러웠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뭔가 숙제 하나를 해결한 것 같다
 
라면 국물이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고 보니 그 국물에 
 융프라우어도 같이 타고 넘어간 것이다
 

 

셔터가 고장 나도 좋다는 마음으로

 

 셔터가 고장나도 좋다는 마음으로

그 장면들을 바쁘게 담았다
언제 이런 정경을 또 볼 것인가! 
어떻게 보면 똑 같은 풍경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하나 다시 보면 똑같은 풍경은 하나도 없다.
저마다 다른 빛이고 다른 그림이다.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 해도
이런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시인이라 해도
이들에게 옷을 입혀 줄 수가 없다
그들의 옷은 그들이 만들어
스스로 빨고 
스스로 말려 입는 것이다. 

 

 

에펠탑

 

키가 크다
큰 키만큼 속도 깊고 넓다
 
그가 내어준 어깨 위에서
파리 시가지를 바라본다
평화롭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혹시
바람이 심하게 불고
눈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이다 

서로 뜻이 맞지 않아 
다투는 일이 생겨도 
마음이 아프다
그 모두
키가 제일 큰 당신의 잘못인양 
미안해 한다
 
그래요
당신이 지켜주는 파리는 
당신을 닮아 쑥쑥 자라며 
슬프지, 아프지 않고
행복할 것입니다. 

 

 

런던 브리지

 

안심하고 건너시라

건너가서 되돌아보면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땅도 이어지고 물도 이어지고
차도 , 집도 이어지며
시민들도
하나로 이어집니다
 
참 많은 세월 동안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런던은
이 다리 속에
평화도 담고 행복도 담아
 한마음 한뜻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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