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미나리
- 세 가지 덕을 가진 야채
행전 박영환

초목에 품격을 매길 때 나무의 으뜸으로는 늘 푸른 소나무를, 꽃의 으뜸은 눈 속에 피는 매화를 그리고 야채의 으뜸으로는 응달의 수렁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를 꼽았다. 옛날부터 근채삼덕(芹菜三德)이라며 미나리를 세 가지 덕을 가진 식물로 여겼다. 더러운 물을 맑게 하며, 응달에서도 잘 자라고 가뭄에도 잘 이기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청도 지역에 이 자랑스런 미나리가 각광을 받는 곳이 있다. 한재 지역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이 미나리 단지가 된 것은 15년 전쯤이다. 원래 이곳은 골이 깊어 물이 맑은 곳이었다. 이 물을 이용하여 몇 집에서 미나리를 소규모로 재배했는데 그 미나리가 다른 지역 미나리보다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를 안 당시 군수가 지하수 개발 및 그 이외에도 많은 지원을 하여 권장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이곳 200여 호 주민 중 115가구가 미나리 재배를 할 정도이다. 재배하지 않는 분들은 노인층들인데 이 분들도 미나리 농사를 짓는 다른 집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어 사실 이 마을에 미나리에 종사하지 않는 집은 한 집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미나리는 10월말부터 백화점에 공급하고 개인에게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성수기는 2월말부터 5월말까지이다.
물은 지하 200미터에서 지하수를 퍼 올리는데 마을 전체 500공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니 이제는 그 풍부하던 지하수가 달릴 정도이다. 이렇게 생산을 해도 수요가 턱없이 모자란다. 토, 일요일나 공휴일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길이 막히고 농원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이렇게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미나리를 한 집에 한 단 이상은 팔지 않는다.
이 미나리 농사는 마을 전체를 부농으로 만들었다. 요즈음은 과학적인 재배 방식을 택하여 음악을 연주하여 미나리를 키우는 펀(fun) 농업도 있다.
"아지매요, 저 양반은 우리 옆 집 아저씨라예"
미나리 한 단 더 사려고 아내가 나를 향해 눈을 찔끔한다
약간 이상하다는 듯 미나리 아지매 눈이 곱지 않다

"아저씨 뭐 하능기요, 돈 빨리 내소"
엉겁결에 지갑을 열어 8000월을 건넸다
"당신, 연기 한 번 좋구먼"
"아지매 듣겠다, 빨리 가입시더"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빨리 시동을 걸고 고개를 내려왔다
"와, 땀까지 나네"
아내가 땀을 훔친다
"정말 한재 미나리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오늘 저녁에 신나게 한 번 쌈을 싸 먹읍시다"
의기양양한 두 사람 괜히 신바람이 난다.
(20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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