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감자
행전 박영환
돼지감자를 캐다가
그의 이름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하다
달덩이처럼 미끈하게 생긴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흉한 모습도 아닌데
낙인을 찍듯 돼지라고 멍에를 씌운 심사는 무엇인가
이름만 그런가
지난여름 그에게 너무 무심했다
그냥 산비탈 밭 그곳에 있으려니 했다
김을 매지 않았고 물도 주지 않았다
하기야 그러고 보니 씨도 심은 적이 없다.
지난 해 수확을 하고 난 뒤
겨우 숨만 붙은 잔뿌리가 고랑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천생 천출賤出 대접이라 죽을 맛이었을 텐데
배알이 없는 건지 더러움 타지 않고
인고의 날을 보냈다
그들이 믿는 건 그들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며 위로하는 것이다
멀대처럼 키만 큰다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안간 힘을 다해 키가 커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들이 이길 수 있는 길은 다른 풀보다 훌쩍 커서 제압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목숨의 위협을 받지만
견뎌야 한다며 서로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토실토실한 얼굴이다
햇살에 눈이 부셔 반쯤 뜬 눈이 앙증스럽다
잠시 호미를 내려놓고
오늘은 꼭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 너희들은 분명 돼지감자가 아닌 아주 아름답고 귀한 보석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