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남산 등반
2015년 10월 4일(일)/ 행전 박영환

고향집에서 늘 바라보는 남산이다. 사실 남산은 우리 고향집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청도 지역 산동쪽을 제외한 산서지역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남산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 자리에 우뚝서서 청도를 지켜주고 있다. 그러기에 남산은 청도의 상징적 존재로 진산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남산이란 이름은 남쪽에 있다고 무작정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나라의 수도 남쪽이라야 남산이라 할 수 있다. 서울 남산, 경주 남산처럼 청도도 이서국이란 나라가 있었기에 그 도읍인 백곡마을 앞의 산이기에 남산이 된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여지도서』에는 청도 고을의 진산인 오산(鰲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관아의 동헌에서 남쪽을 보면 연이은 산의 모습이 자라[鰲]의 머리와 등판을 연상하게 한다고 하여 오산(鰲山)이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지도서』에는 "오산 동쪽의 골짜기에서는 하늘에서 장차 바람이 일거나 비가 오려면 먼저 울음소리를 낸다. 구름 기운이 솟아서 구름이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비가 오고, 구름이 골짜기 밖으로 나오면 바람이 분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산인데도 내가 정작 남산 정상에 올라간 것은 꼭 한 번밖에 없다. 그것도 초등학교 소풍 때 간 것이니 기억에 희미하다.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남산에 한 번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신둔사 주차장에 가는 길, 기도원에서 가는 길, 죽림사에서 가는 길, 낙대폭포를 경유하는 길, 보현사 쪽으로 올라가는 길, 사리골에서 가는 길, 밤티재 전원주택 쪽을 택하는 길 등
지난 8월 중순 신둔사 쪽을 택했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다. 신둔사는 자주 오는 곳이라 그 쪽이 눈에 익은 지형이긴 했지만 태풍이 지난 뒤라 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어 어려움이 많았고 그것보다는 삼면봉 앞의 쇠줄에 기가 죽은 것이다. 억지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면 갈 수도 있겠지만 동행한 아내가 겁을 잔뜩 먹으니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거의 목전에서 그만두었다.
그 다음은 형제 내외들과함께 사리골 쪽을 택했다. 동리 분에게 길을 물었더니 저수지 우측 임도를 타고 상고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상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투리다. '똑바로, 곧바로'란 뜻이다. 정말 상고 임도가 잘 되어 있었다. 이렇게 올라가면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거의 직전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 불과 몇 미터도 가지 않은 지점에서 길이 막혀버렸다. 어떻게 방도가 없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투덜투덜 하산하고 말았다. 두 번째 실패였다.
10월 4일 일요일 아침, 아내와 같이 밤티재 전원주택단지 앞에 도착했다.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인터넷 등에서 철저히 정보를 수집하고 도상연습을 한 결과 아무래도 이쪽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기에 예상했던 대로 등산객 몇 팀이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산에 들어갈 입구를 찾았다. 그런데 좀처럼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길이려니 하고 들어서려면 출입통제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었다. 들어오면 형사고발을 한다느니 등등 험악한 문구가 보였다. 아마 주택지가 되면서 전에 들어가던 등산로가 개인 집이나 과원 등에 편입이 된 모양이다. 또 못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겨우 어떻게 하여 10시 35분 일행들과 산에 들어섰다. 표지판에 의하면 정상까지는 2.3킬로미터라고 한다. 별로 먼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가파른 길이 계속되었다. 숨이 약간 찼다. 아내와함께 밀고 끌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등에 땀이 촉촉히 젖었다. 드디어 11시 20분 넓은 바위에 도착했다. 이름 그대로 넓은 바위가 있었고 화악산이며 산 아래 동리가 한눈에 들어와 조망이 좋았다. 이제 정상까지는 1.3 킬로미터 남았다. 약간 쉬고 다시 걸었는데 산 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길이 완만했다. 울산에서 왔다는 어떤 아주머니는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했다. 이분은 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는 분이다.
11시 55분 삼면봉 도착, 삼면봉 - 정말 삼면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정상까지 580미터 남았다.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런데 정상 앞에 다시 한 번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하고 싶었던 암벽에 쇠줄이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은 다행히 좌측으로 우회하여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우리는 안전하게 그쪽 길을 택했다.
드디어 12시 15분, 870미터 정상에 도착. 두 번 실패하고 세 번만에 성공한 것이라 기쁨이 컸다. 산 아래를 내려다 보고 '야호'하고 힘껏 고함을 한 번 질렀다. 기념촬영을 한 뒤 하산, 12시 45분 삼면봉에서 식사를 하고 출발, 넓은바위(13시 50분)를 지나 14시 25분 밤티재 전원단지에 다시 돌아왔다. 왕복 약 4시간이 걸린 셈이다. 다른 분들은 2시간 정도에 갔다왔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천천히 충분히 구경도 하고 휴식도 취했기에 그렇게 된 것 같다. 아무튼 쾌청한 날씨 만큼이나 마음도 쾌청했다.
이번에 남산 등반은 두 번이나 실패를 했지만 그 덕분에 남산의 여러 곳을 보게된 이점도 있었다. 무엇이든지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반드시 있는 것이다.

남산 정상에서

밤티재 전원 주택단지 앞에 세워진 표지판, 정상까지 2.3킬로미터이다.

한재마을과 각남면 사리골 마을로 잇는 밤티 고개 중간 쯤 전원주택, 이 근처에 주차를 할 만한 곳이 있다.

등산로

넓은 바위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다.



넓은 바위에서 바라 본 마을


넓은 바위를 지나서 오르는 길에 잠시 쉬다



삼면봉

삼면봉 바위

삼면봉의 이정표



정상에 오르기 직전 나타난 쇠줄 - 이 길이 힘들면 좌측으로 우회를 하면 된다.

드디어 남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 본 청도읍





신둔사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의 계곡(8월 중순)


신둔사 주차장에서 얼마떨어지지 않는 곳에 등반객들이 쌓아올린 돌탑이 있다(8월 중순)

사리골에서 임도로 가면서 바라본 풍각면 소재지(9월)

임도에서 바라본 풍광 (9월)

임도로 오르는 길 옆의 사리골 저수지 (9월)

'청도가 좋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청도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 과 청도반시축제 (0) | 2022.11.09 |
|---|---|
| 신지 생태공원 준공식 및 박훈산 시비 제막식 (0) | 2022.11.09 |
| 청도 차산농악 정기발표회 (0) | 2022.11.09 |
| 신둔사 그리고 남산 물소리 (0) | 2022.11.08 |
| 고성 이씨 가문의 文翰 재조명 (0) | 2022.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