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행전 박영환
전주 경기전에서 어진 박물관으로 가는 길목에
배롱나무 한 그루 있다
해설사 여자 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다
마침 어린 아이 한 명도 같이 듣고 있었는데
너는 귀 막아 하면서 들려주는 말
"이 나무는 안방 앞에 심으면 남자들이 좋아졌지요"
무슨 그런 뚱단지 같은 말, 일행들이 의아해 하자
"이놈이 홀랑 벗었잖아요"
그러고 보니 배롱나무는 껍질이 없구나
"그래서 안방마님이 바람이 나서 절로 집을 나가니 남자들이 절로 새 마누라 얻게 되었잖아요"
얼마 전 고향 마을 집안 형님이 안방 앞에 배롱나무 한 그루 심는 것을 보았다
당장 가서 만류하고 나도 심지 않아야겠다
형님이나 나나 이제는 봄날이 간 신세
새 마누라 얻기는커녕 홀아비 되기 십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