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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청도문협, 울산 지역 문학기행

싱그러운 봄, 울산으로 떠나 봄

                       - 삼행시 변천사

 

행전 박영환

 

   2023년 4월 15일, 청도문협 회원들이 울산지역으로 문학기행을 떠났다.  이날 주제는 '싱그러운 봄, 울산으로 떠나 봄"이었다.

  그런데 이날 서둘러 집을 나서다가 휴대폰을 잊어버리고 가게 되었다. 집결지인 청도군청으로 가는 도중 8시 20분께 이 사실을 알았다. 약속시간은 8시 30분, 집에 도로 돌아갔다기 오기에는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오늘은 사진을 많이 찍기 위해 보조 배터리까지 준비한 터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허전하고 괜히 불안하기까지 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정경화 회장의 인사말씀이 있었고 말미에 오늘은 특별히  '끝말잇기 삼행시 지상백일장'을 실시하여 7명 정도에게 푸짐한 상품까지 주겠다고 예고했다.  끝말잇기의 첫 글자는 청도출신 시조시인인 이호우, 이영도 남매를 생각하며  '오누이'라고 했다.

  무엇을 적을까 하다가 휴대폰을 떠올렸다.

 

 오만 것 다 잊어버려도 휴대폰은 꼭 챙긴다

 누구라도 깜빡하면 불안하여 전전긍긍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족쇄

 

간절곳
간절곶의 소나무

  먼저 들린 곳은 울주군 서면 대송리에 위치한 간절곶이었다.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영일만 호미곶보다 1분, 강릉 정동진 보다 5분 빨리 해가 돋는다고 했다. '간절'이란 말은 먼 바다에서 바라보면 과일 따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뾰족하고 긴 장대를 가리키는 간짓대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해를 보고 소망을 빌어보는 간절함이 더 어울릴 듯했다.   이곳은 해맞이 공원으로, 드라마 세트장, 관광으로 각광 받는 곳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우체통인  '소망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다. 또 신라시대 충신인 박제상 부인과 그의 딸을 추념하는 '모녀상'과  '새천년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또 해풍의 방향에 따라 소나무들이 한 쪽으로 휘어져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살아남으려는 소나무. 이 모두 간절함이 아니고 무엇인가?

  내가 폰을 잊어버리고 온 것을 아는 회원들이  다투어 사진을 찍어주었다. 전에 같으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느라고 분주했을 텐데 다른 사람의 폰으로 찍히고 있으니 여유도 있고 오히려 많이 볼 수 있어 그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다 보니 폰을 깜빡했는데 

누구라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어준다

이것도 괜찮다네, 회원들의 폰 전부 내꺼

 

절경
야호

  호국룡의 혼이 서린 대왕암 공원이다. 송림을 벗어나면 탁 트인 해안 절벽이다. 마치 선사시대 공룡 화석들이 푸른 바닷물에 엎드려 있는 것 같은 거대한 바위군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간절곶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이곳에 오니 의외로 비도 그치고 바람도 잦아졌다. 아마 모처럼 찾아온 우리 문협 회원들을 생각해서 대왕께서 잠시 멈추게 한 것 같다. 사실 이곳은 대왕이 잠든 곳이 아니고 문무왕 왕비가 잠든 곳이라 한다.  이 대왕암 공원은 동해의 길잡이를 하는 '울기등대'도 유명하다. 등대 위에서 손을 흔드는 대왕비를 생각한다. 

 

오는 사람

누구라도 시 한 편 그림 한장은 그렸겠지

이 무딘 가슴에도 잠깐 시흥이 지나간다

 

외솔 타자기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내었던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외솔기념관에 왔다.

  외솔 선생의 학술적인 주장은 '우리 말본', '한글갈'에 잘 나타난다. 선생은 김두봉의 권유로 조선어 강습원에 다니며 주시경으로 부터 사사받았다.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에 제정된 이것을 지금도 남쪽은 물론 북쪽도 인정하고 있기에 남북이 이렇게 갈라져 있어도 언어에 큰 혼선이 없는 것은 이 덕분이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 해방이 되면서 석방된 애국지사이다. 

   선생은 국어교육과 국어순화 등 국어의 보급과 발달을 위해 활동했고 한글 전용 교과서를 편찬했다. 한자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궁극적으로 한글만으로 표기하자는 운동을 벌이며 순수한 우리말을 발굴하고 또 새롭게 말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내 개인적으로도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한 평생 국어를 가르치면서 선생의 뜻에 동의하면서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근래 국어가 자꾸 오염되어 외국어와 외래어의 홍수 속에 허덕이는 것을 보면 너무 죄송하다.

  꼭 필요한 외래어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가능하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생경한 외국어를 쓰는 통에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말들도 너무 많아 답답하고 당황스럽다. 

 

오로지 한글

누구라도 지켜야

이러쿵 저러쿵 토달기 없기 

 

태화강

  국가 정원 십리 대숲에 왔다.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 태화강 양편에 십리 대숲이 있다. 이 대숲은 일제 강점기에 잦은 홍수 범람으로 농경지 피해가 많아 주민들이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어 오늘의 십리 대숲으로 변했다고 한다.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과 댓잎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이는 도심 속 힐링 공간이다. 그런데 '태화강 대공원'이란 표석의 대공원 의미는? 큰 공원인지, 아니면 대나무 공원인지? 

 

오! 태화강 대공원

누구는 큰 공원이라 하고 누구는 대나무 공원이란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문화해설사가 각석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시간의 향기를 머금은 천전리 각석지역-  울주 각석은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새긴 암각화이다. 조각한 대상은 사람의 형상과 함께 사슴을 포함한 짐승, 뱀과 새, 물고기들이다. 

  바위의 그림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새겨진 것이다. 바위의 면을 쪼아 만든 후 안쪽의 면을 넓게 쪼아낸 면 그림, 그리고 윤곽선만을 새긴 선 그림이다. 

그런데 오다가 보니 또 우산을 잊어버렸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누차  조심을 했건만

이번에는 우산을 화장실에 두고 왔네

 

오늘은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날이다. 깜빡깜빡한다. 

어쩌면 이제 욕심내어 쥐고 있지 말고 버려야 한다고 일러주는 것 같다.

 

  드디어 끝말 잇기 삼행시를 제출하는 시간이다.

  메모한 것을 만지작거리다가 '한글'에 대한 것을 내기로 했다. 오늘 여행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이 역시 '외솔기념관'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찍은 사진 한 장 없이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으로만 올리는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참 여러 가지 경험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어주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집행부 및 동행하신 모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오늘 재치있는 멋진 삼행시를 지어 수상하신 분들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오늘도 다른이에게 

누가 되지 않는 삶이길

이곳 간절곶에 와서 간절히 빌어본다

                      -정재선

 

오월이 오려나봐 그늘마저 부드럽네

누군들 한 때는 봄이 아니었으리

이명이 도지려는 듯 지저귀는 종달이

                  - 조정희

 

오마이 갓 오누이 삼행시라니

누가누가 잘 쓰나 즉석 백일장

이벤트 대박이다 청도문학기행

                 - 우정숙

 

 오랫동안 시를 못써 몇일을 끙끙대다

누가 흘린 시가 있나, 문학기행 따라갔다가

이번도 줍지 못해 밥만 뚝딱 두 그릇

                - 박종구

 

오! 이런 밟고 섰네, 바다를 문 새의 부리

누구 입에 모이 주려, 어느 생을 배불리려

이토록 놓지 못하나, 간절곶의 날개짓

                - 성국희

 

오로지 한글

누구라도 지켜야

이러쿵 저러쿵 토달기 없기 

              - 박영환

 

오랜만에 떠나는 청도문협 문학기행

누구와 함께 자리할까? 기대했건만

이런, 젠장 훈남은 아니오고 물 마시고 속차려라는지 생수 두 병만 건네주네!!! 

             - 윤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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