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친구

귀거래사

박영환 2024. 5. 14. 21:50

귀거래사

 

행전 박영환

 

귀거래혜여歸去來兮

돌아가자

 

40년 동안 도회지 생활을 했으니

퇴직 후 남은 날은 고향에서 보내자

그 모두 훌훌 털고 돌아가자

마음이 가벼우니 옷깃도 춤을 추었다

이윽고 고향집 잠긴 문을 열었네

옷가지를 풀고 책을 내려놓았다

아직도 안방과 사랑방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덥혀놓은 따뜻한

온기가 식지 않았다

제행임전濟杏臨田- 학교를 떠나 고향에 돌아왔다

나무에 새겨 벽에 걸어두고

집앞에 ‘행전글밭’ 표석 하나 세워

‘흔들리기 없기’ 다짐을 했다

아내와 같이

호미와 괭이를 들고

텃밭을 일구어 씨를 뿌렸다

땀냄새가 정겹다

해가 질 무렵

문간이 왁자하더니 고향친구들이

술병을 들고 찾아왔다

오랜만에 잔을 부딪혔다

위하여

 

그로부터 10여 년

귀거래혜여

정말로 돌아왔다.